'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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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톰 탄생설화 (중)

우리가 아는 아톰 탄생설화가 처음으로 독립된 에피소드로서 만들어진 것은 1963년에 흑백 TV애니가 나온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이 시리즈의 제1화 '아톰 탄생'에서, 과학성 장관 텐마박사는 아들 토비오가 에어카 운전 도중에 교통사고로 죽자 슬픔에 잠겨 있다가 결국 광기에 빠져들어, 과학성의 모든 재원을 쏟아부어 토비오와 닮은 로봇을 만들고, 친아들처럼 정성들여 기른다. 그러나 박사는 토비오가 시간이 지나도 자라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결점을 깨닫고, 결국 그를 햄에그가 경영하는 서커스단에 팔아버린다. (이때 두사람이 주고받는 계약서의 날짜는 2001년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아톰은 적어도 1999~2000년 경에 태어났어야 한다. 그러나 이후 공식설정에서 아톰의 탄생일은 2003년 4월 7일로 확립되었다는 점에 유의.)

텐마박사가 자취를 감춘 뒤 후임 과학성 장관이 된 오챠노미즈는 어느날 우연히 로봇 서커스단을 방문했다가 '아톰'이란 예명으로 공연중인 로봇 토비오를 보고 그 아이가 보통 로봇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챈다. 박사는 단장인 햄에그에게 토비오를 풀어달라고 부탁하지만 우리의 햄에그가 그런 정도로 물러설리가 없다. 결국 그의 완고한 태도에 박사는 한발 물러서지만, 그날 밤에 서커스단 천막에서 누군가의 실수로 대화재가 일어나고 만다. 햄에그는 다행히 아톰에게 구조되나 큰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한다. 그리고 다음날 병원으로 찾아온 오챠노미즈는 로봇에게 인권을 인정하는 로봇법이 통과되었음을 알리고 아톰을 데려가버린다. (불쌍한 햄에그 -_-)

이 탄생설화가 완전히 정리된 형태로 나타난 것은 1975년에 아사히 소노라마에서 재판된 선 코믹스 버전의 원작만화에서라고 할 수 있다. 테즈카는 출판권을 넘겨주는 조건으로 자신이 직접 그린 해설 만화를 각 에피소드의 앞에 첨가하게 해달라고 했다. 그 과정에서 아톰 세계의 로봇 발달사와 아톰 자신의 탄생을 개괄적으로 돌아보는 '아톰 탄생'이란 챕터가 새로 추가되었다. 그림과 나레이션, 그리고 주요장면의 대사로 구성된 이 챕터는 흑백판 1화에서 보여준 탄생과정을 별 차이 없이 그대로 따라간다. (다만 시대에 맞춰 도시풍경이나 메카디자인의 느낌이 약간 바뀌었다) 7가지 능력을 아톰에게 달아준 것은 오챠노미즈라는 설정은 여기서 처음 나온 듯하다.

그러나 사실은 이 버전에 이르기 전에 또 하나의 시행착오가 있었다. 1967년부터 1969년에 걸쳐 산케이신문에 연재된 '아톰, 현재와 과거'라는 연재만화가 존재했던 것이다! 이것은 흑백TV판에 이어지는 내용의 대하 시리즈로, TV판 최종회에서 지구를 구하기 위해 냉각장치와 함께 태양의 불꽃 속으로 뛰어든 아톰이 천만다행으로 어느 곤충형 외계인에게 구조되어 지구로 돌아오게 되지만, 뜻하지 않은 타임슬립 현상으로 인해 연재 당시인 1960년대로 떨어져 무려 40년간 기다려야 한다는 엄청난 스토리다!

인간으로 변장하고 60~70년대의 현대를 헤쳐가는 아톰은 당시 문제였던 베트남 전쟁이나 인종주의 테러, 고도성장의 뒤편에서 가난에 허덕이는 서민들을 바라보며 인간의 어두운 면을 배우게 된다. 여러 번 에너지가 떨어지는 위기를 겪으면서도 구사일생으로 살아가던 끝에, 결국 아톰은 2003년에 새로운 자기 자신이 태어나는 것을 목격하고 스스로는 시공간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죽음을 택한다. (그 뒤의 스토리는 새로 태어난 아톰에 의해 진행되고,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아톰과 함께해 왔던 외계인 스카라씨가 고향별로 돌아가면서 끝을 맺는다)

이 버전에서도 당연히 아톰의 탄생설화는 되풀이된다. 과학성 장관인 텐마박사는 아들 토비오가 교통사고로 죽자 그를 대신하기 위해 과학성의 모든 기술을 총동원하여 아들과 닮은 로봇을 만들고 애지중지한다. 그리고 토비오가 자라지 않자 실망하여 햄에그네 서커스단에 매각...이라고 하면 완전히 똑같은 얘기인 것 같지만, 사실은 여러가지 면에서 다르다.

우선 토비오가 죽게 되는 과정이 참으로 개그인데... 텐마박사가 토비오에게 진짜와 똑같이 움직이고, 타고 다닐 수도 있는 장난감(!) 에어카를 선물로 사준다. ('요즘 장난감은 참 그럴듯하단 말야') 그러다가 신이 나서 이걸 몰고 큰길에 나갔던 토비오가 다른 차에 부딪혀 죽어버린다. 즉 토비오의 죽음에는 텐마박사의 책임도 어느정도 있다는 설정이다.

게다가 이 이야기에는 사상 최초이자 최후로(!) 텐마박사의 부인, 즉 토비오의 어머니가 등장한다. 이 어머니는 처음에는 남편이 로봇을 아들 대신으로 삼는 것을 보고 어이없어하지만 결국에는 남편보다도 더 로봇 토비오를 사랑하게 된다. 남편이 서커스단에 그 아이를 팔아버린 것을 알고 병에 걸려 앓아누운 텐마 부인은 결국 병석에서 토비오를 부르다가 숨을 거둔다. (이 때문에 박사는 토비오를 팔아버린 것을 후회하고 어떻게든 되찾아오려 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아내의 임종 앞에서 씁쓸하게 혼잣말을 남긴다. '로봇에게 정을 주다니...바보같이...')

그후 텐마박사는 행방을 감추고 아톰은 오챠노미즈의 손에 의해 서커스단에서 풀려나지만, 은밀히 아톰을 지켜보고 있던 텐마박사는 오챠노미즈가 주문한 아톰의 부모로봇을 몰래 훔쳐내어 자기의 기술로 더욱 인간다운 로봇으로 개조한다. 그와 함께 어머니 로봇의 얼굴을 죽은 자기 아내와 닮게 만들어버린다. (...이사람 변태 아냐? 라는 소리도 나올법 하지만 일단은 아톰이 행복하게 살도록 자기나름대로 배려해준 거라고 생각하기로 하자...) 본작에서 텐마박사가 하는 역할은 여기서 끝난다.

그러나 사실은 밝혀지지 않은 또 하나의 링크가 있는데, 본작의 텐마박사는 소년시절에 60년대에 살던 이전의 아톰과 만났었다(!)라는 사실이다. 게다가 그는 원래 금발의 혼혈아였다(!)고 한다. 가난과 차별에 못이겨 '트로피'라는 스파이 조직의 사주를 받고 폭탄테러를 저지르려 하던 소년 텐마는 아톰에게 설득당하여 악의 길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그때 자기를 구해준 천사같은 로봇을 평생 잊지 못하여 언젠가는 자기도 그런 로봇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과학자가 된다는 설정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검은머리에 매부리코인 텐마박사가 어렸을 때 저런 미소년이었다는 설정은 무리가 많다고 생각했는지, 이 에피소드는 단행본화될 때 삭제되었다. (현재는 미디어팩토리'철완아톰 컴플리트 북'에서만 확인 가능) 그야말로 과거와 미래가 하나의 원을 그리는 순환구조로 이루어진 본작에 딱 맞는 에피소드이지만, 약간 어거지가 많은 점도 사실이다.

그밖에 본작은 오챠노미즈나 수염아저씨의 젊은시절 모습(!)이라던가 로봇법의 자세한 성립과정이라던가 원작의 에피소드를 미묘하게 바꾼 이야기들이라던가 여러가지 이야기거리가 많지만 이 글의 주제와는 상관 없으므로 여기서는 이만 생략하기로 하고...

아니메 붐이 한창이던 1980년, 아톰도 그 흐름을 타고 컬러 TV애니로 리메이크되기에 이른다. 본작에서는 당연히 제1화부터 아톰 탄생의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이전의 버전들과는 또 여러 면에서 미묘하게 다르다.

제1화의 배경은 2030년, 과학성 장관인 텐마박사는 늘 일에 쫓겨 사느라 외동아들 토비오를 챙겨줄 시간이 없다. (이점은 2003년판에서도 강조되는 부분이다) 토비오는 아버지에게 화상전화를 걸어 일찍 들어오시라고 부탁하려 하지만 아버지는 바쁘다며 말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끊어버린다. 실망한 토비오는 기분전환 삼아 에어카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다가 길목을 돌아 나오는 트럭과 충돌하여 사망하고 만다. (즉 토비오의 사고에 어느정도 필연성이 주어진다) 슬픔에 잠긴 텐마박사는 마침 과학성에서 제작 중이던 최신형 로봇을 토대로 토비오를 되살릴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긴다. (즉 아톰을 만들 기초설계가 이미 진행 중이었다) 이 버전의 토비오에게는 점프라는 이름의 애견이 있어서 토비오의 임종을 지키기도 하고, 나중에 아톰가족과 같이 살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별로 중요한게 아니니 패스. (여담이지만 점프는 당시에 홍보용으로 그려진 소학4년생판 아톰에도 레귤러로 등장한다)

새로 태어난 로봇 토비오는 박사와 행복한 한때를 보내지만 우연한 일로 인해 폭주를 시작하고, 전부터 토비오를 위험하게 여기고 있었던 박사의 부하 한명이 로봇 처리용 장갑차를 가동시켜 토비오를 폐기하려 한다. 그러나 동승한 텐마박사는 토비오를 다치게 해서는 안된다며 계기판을 망가뜨리고, 이번에는 장갑차가 폭주하기 시작한다. 천만다행으로 아까 장갑차의 포격에 맞아 정상으로 돌아온 토비오가 장갑차를 처리하고 그들을 구해낸다. (그동안의 어느 버전에도 없던 사건이 추가되었다. 여기에 더하여 아톰의 설계도를 훔쳐내어 악인들이 만들어낸 라이벌 아틀라스의 이야기가 함께 펼쳐진다)

다음 이야기에서, 과학성 장관 자리를 물러난 텐마박사는 토비오와 여객선을 타고 해외여행을 떠난다. 박사는 사소한 일로 토비오를 심하게 야단치고 풀이 죽은 토비오는 혼자 방을 빠져나와 방황한다. 그러던 중에 그를 전부터 눈여겨보고 있던 서커스단 단장 햄에그가 접근하여 위조 계약서에 사인하게 한다. 그때 나타난 아틀라스의 공격으로 여객선이 빙산에 깔릴 위기에 처하고 토비오는 빙산을 막아내어 여객선을 구하지만, 아틀라스가 계획을 훼방놓은 앙갚음으로 그를 괴롭힌다. 에너지가 떨어진 토비오는 정신을 잃고 그때 나타난 햄에그가 그를 트렁크에 숨겨 밀반출(?)한다. 뒤늦게 잘못을 뉘우친 텐마박사는 토비오를 애타게 부르지만 그는 돌아오지 않는다. (즉 텐마박사가 아톰을 팔아넘기는게 아니고 햄에그가 납치한 것으로 바뀌었다. 아무래도 당시의 방송기준으로 부모가 자식을 팔아넘기는 게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해서였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토비오는 무려 미국에 있는(!) 햄에그의 서커스단에서 혹사당하게 된다. 그곳을 우연히 방문한 오챠노미즈 박사는 그의 뛰어난 성능과 순수한 마음에 감동하여 어떻게든 그를 해방시키려 하나 햄에그는 (언제나 그렇듯이) 막무가내다. 결국 동료 단원인 캐시의 도움으로 햄에그의 눈을 속여 토비오는 자유를 되찾고 박사와 함께 일본으로 향한다. 출국 직전에 몰래 찾아온 캐시는 토비오에게 '아톰'이라는 새 이름을 지어준다. (이리하여 무려 3화에 걸친 탄생설화가 일단락된다. 그전에는 어물쩍 넘어갔던 '아톰'이란 이름의 명명자가 확실하게 나오는 것도 주목할 점)


(C) ZAMBONY 2003.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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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본이 | 2003/12/18 16:06 | 아톰대륙 | 트랙백 | 핑백(1)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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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Dain at 2003/12/18 17:40
캐시는 예뻤습니다(의미 불명). 로보트 서커스 단에서 폭주하는 동물 로봇을 진압(?)하는 아톰을 보고 오챠노미즈 박사가 뭐라고 했더라...
Commented by rumic71 at 2003/12/18 22:28
80년판 '돌아온 아톰' 초회방영때에는 앞부분3화를 잘라내고 방영했었지요. 당시 저는 제목때문에 이것이 구작에서 스토리가 이어지는 줄로 착각을...
Commented by rumic71 at 2003/12/18 22:29
그건 그렇고, 아톰이 나오는 해에는 철인도 꼬박 꼬박 나오는군요. (FX는 아닌가?)
Commented by rumic71 at 2003/12/20 00:02
양키판 토비오의 이름은 '토비'가 되는 거 아닌가...(그럼 텐마 박사는 닥터 맥과이어?)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3/12/20 00:40
흑백판은 잘 모르겠고...
컬러판의 양키 이름은 텐마박사 = Dr. Boyton 이었다고 하니...
아들도 그에 맞는 이름이 뭔가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이번 것에선 그냥 Dr. Tenma 로 할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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