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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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들
원제: 日曜日たち
저자: 요시다 슈이치
출판사: 북스토리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서라면 자기의 진로도 바꿀 정도로 순정파이지만 우유부단한 성격 때문에 뭐든 쉽게 포기하고 질질 끌려다니기만 하는 클럽 종업원 타바타, 자기의 불안정한 장래와 의대생 애인과의 모호한 관계로 인해 표류하면서 의미 없는 일상을 보내는 프리터 와타나베, 그럭저럭 친한 친구였으나 모처럼 휴가를 내어 여행을 즐기다가 뜻하지 않은 일로 인해 기분을 망치고 어색한 관계가 된 나츠키와 치카게, 완고하고 성질 급한 목수 아버지 마사카츠와 그런 아버지에게 반발하면서도 연민을 느끼는 세무사 아들 케이고, 과격한 남자친구의 폭력에 시달리다가 우연히 발견한 상담 전화를 통해 삶의 활로를 찾는 파견사원 노리코. 이들은 저마다 나름대로의 슬픔과 고통을 안고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때로는 절망하기도 하고 때로는 작게나마 희망을 찾아내기도 하면서 끈질기게 살아간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인생의 한 구석에는 큐슈에서 엄마를 찾으러 상경한 어린 형제에 대한 공통의 추억이 자리한다.

이 책을 구성하는 5개의 연작 단편은 얼핏 보기에는 전혀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그들이 도쿄라는 도시의 각각 다른 공간에 살고 있다는 점, 그리고 공통의 캐릭터인 두 형제와 한 번씩은 우연히 만나게 된다는 점에서 나름대로의 통일성을 갖추고 있다. 공통의 시공간을 배경으로 하여 일부 캐릭터를 공유하면서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펼쳐 나가는 방식은 발자크의 <인간희곡> 시리즈나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연작 등을 통해 이미 선보인 바 있지만, 이 경우에는 그 공통의 캐릭터가 단순한 겹치기 출연이나 팬서비스의 범주에 머물지 않고 작품의 밑바닥에 흐르는 공통의 '테마'를 형상화한 상징적인 인물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소시민들이며, 그런만큼 이 작품에서는 이렇다 할 중대한 사건이나 극적인 이벤트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는다. 저자는 그보다 그러한 소시민들이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소한 사건들(친구의 갑작스런 전화, 육친의 방문, 시골로의 이사 등등)을 보여준 다음 그 일상사로 인해 촉발된 과거 회상을 전개하면서 그들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으며 어떤 감정을 쌓아왔는가를 자연스럽게 알려준다. 결국 주인공들은 결말에 가서 평소에는 억눌려 있거나 감춰져 있어서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자기의 '진심'과 정면으로 마주친다. (그러한 '진심'은 때로는 격렬한 감정의 분출을 통해, 때로는 소리 없는 깨달음을 통해, 또 때로는 들릭락말락한 한두 마디의 헛소리를 통해 독자들에게 제시되고, 주인공들은 그 결과 방향을 잃고 주저앉거나 자기 자신을 보듬어 안을 용기를 얻고 다시 삶의 한 걸음을 내딛는 등 저마다의 결론에 도달한다) 그 아래에 흐르는 공통된 정서는 '외로움'과 '상실감'이며, 그들은 그러한 마음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이런저런 방식으로 행동하다가 좌절하거나 고통을 겪기도 하지만, 결코 삶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그런 뜻에서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도시인들의 '고독'과 그 고독을 해소하기 위한 '타인과의 관계맺기'라 할 수 있다.

그러한 미묘한 감정의 흐름을 잡아내기 위하여 중요한 시간적 배경으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일요일'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모두 일요일에 벌어지는 사건들을 묘사하고 있다. 일주일 중에서 가장 한가롭고 호젓하며, 바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잠시나마 본연의 자기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 '일요일'. 그 일요일에 벌어지는 '남이 보기에는 사소하지만 개인의 입장에서는 특별한' 사연들을 통하여 주인공들의 내면도 비로소 수면 위로 떠올라 훨씬 선명하게 드러난다.

모든 파트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큐슈 출신의 두 형제는 주인공들과 잠깐동안 만나 상호작용하면서 그들의 성격이나 성향을 비추는 거울 역할을 하며, 그들이 지니고 있는 '고독'을 알기 쉽게 드러내주는 촉매가 되기도 한다. 또한 각각의 파트에서 묘사되는 그들의 행적은 겉으로 드러난 5가지 이야기 뒤에 숨어있는 또 하나의 기나긴 드라마를 이루고 있는데, 4부까지는 그저 스쳐지나가는 삽화 정도로 다루어지다가 마지막 파트인 노리코의 이야기에서는 스토리의 중요한 한 축으로 기능하며 이야기 전체의 결말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이 작품 전체의 숨은 주인공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 저자는 다양한 경우에 처한 인간들의 고독한 내면을 냉정하게 그려내면서도 그들에 대한 연민의 정을 은근슬쩍 내비치고 있으며, 결국 마지막 파트에서는 형제와 노리코의 나름대로 현실적인 '해피엔딩'을 통하여 '그래도 인생에는 꼭 나쁜 일만 있는 건 아니다'라고 다정하게 속삭이는 것이다.
by 잠본이 | 2007/09/25 14:13 | 대영도서관 | 트랙백(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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