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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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타카 미카의 웃지 못할 이야기
개가 짖어도 아키타카 미카는 나아간다
THE DOGS BARK, BUT MIKA AKITAKA MOVES ON


-원저자 : 자유기고가 아사노 마사히코[あさのまさひこ]
-옮긴이 : 잠본이 ( http://zambony.egloos.com/ )
-출 전 : 『초음속의 MS소녀 : 아키타카 미카 퍼스트 일러스트레이션즈』 pp. 86-87
((주)대일본회화, 1994년 7월 초판 제1쇄)

*주의 : 이 글은 한번 시작했으면 반드시 끝까지 읽어야 합니다!*


내가 아키타카 미카[明貴美加*1]를 처음으로 소개받은 것은 확실히 1986년 봄으로 기억한다. 이케부쿠로의 모 이벤트 회장에서 공통의 지인을 통하여 서로 알게 되었다.
그때의 나는 슬프게도 이른바 애니 마니아(어이쿠!)라고 불리는 부류에 속하는 인간이었기에, 아키타카라는 인물과는 한번도 만난 적이 없었음에도, 그 사람이 어떤 인물일 거란 점은 그가 과거에 해온 일을 통하여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또한, 남자인지 여자인지 확실히 밝히지 않는 그의 펜네임이, 나의 자신(自信)을 보다 결정적으로 만들어주었다. 펜네임의 유니섹스 도수가 높을수록(특히 여성적인 이름 쪽에 더 가까울수록), 본인을 직접 만났을 때의 실망도 그만큼 커지는 법이다. 이것은 내가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업계를 둘러보고 다니면서 얻은 경험에 기초한, 몇 안 되는 절대적인 명제였기 때문에, 나는 그가 여성스런 펜네임을 쓰는 남자일 거라고 멋대로 짐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소개하지. 이쪽이 미카 양. 이번에 더블제타 건담의 메카디자인을 맡게 됐대. 맞지?”
“응♡”
그 순간, 나의 절대적이었던 확신은 굉음을 내며 무너져버렸다.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내 앞에 나타나 ‘아키타카 미카’를 자처하는 그 인물은 어딜 봐도 여고생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굳이 계열을 따지자면 미야마에 마키[宮前眞樹*2] 풍의 미소녀였던 것이다. 그럭저럭 싫지 않은 정도를 넘어서, 오히려 내 취향에 딱 맞는(히죽) 스타일의.
아니, 그런 것보다도, 이런 여자애가 실명을 그대로 쓰면서, 그것도 하필이면 오타쿠 지수가 극도로 높은 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문제가 너무 많지 않나! 우글거리는 좀비들 속에 인간 혼자 던져진 듯한, 절체절명(←뭐가?!)의 구도인 것이다. 그녀는 그런 것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 “지난번 이벤트에서 돌아올 때도, 라무쨩[ラムちゃん*3] 티셔츠를 입고 몇 살인지 도통 알 수 없는 남자 하나가 아파트 근처까지 슬금슬금 따라와서… 무-지 무서웠어요!(생글)”라며 천진난만하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이렇게 충고했다. 첫 번째, 이름값이라는 문제도 있고 하니 이제까지 써 온 이름을 갑자기 바꿀 수 없다면, ‘아키타카 미카’라는 이름 자체가 본명이 아니라 필명인 척 할 것. 두 번째, 혹시라도 애니 잡지 등에 얼굴 사진을 실어야 할 때가 온다면, 오빠나 다른 남자의 사진을 실을 것. 말하자면, 이상한 녀석들이 꼬이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해서 남자인 척 위장을 하라는 얘기였다. 바로 이렇게 해서 「아키타카 미카는 남자인가? 여자인가? 뭐야 역시 남자였구나 이런 우라질!」 계획이 발동되었다. 지금으로부터 벌써 8년도 전의 이야기다.

―라고 하는 것은 당연히 전부 거짓말입니다만(씨익). (‘86년에 이케부쿠로에서 만났던 것만은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아마도 사실일 것이다) 다들 아시는 바대로 아키타카 미카는 어엿한 ‘남성’이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것과 정반대로 「여자애인 척 하는 게 더 재밌잖아~?」 계획을 2년이오, 3년이오, 4년이오 하는 식으로 점점 횟수를 늘려가면서 잡지 지면을 통해 전개했더니만, 이 세상의 순진한(다른 말로 하자면, 복잡하게 생각하는 걸 싫어하는☺) 애니팬과 모형팬들 중의 상당수가 ‘아키타카 미카=미소녀설(說)’을 진짜라고 믿어버린 모양이어서, 내가 설정한 가공의 탄생일인 8월 31일(이것도 원래는 ‘여름의 마지막 날이 생일이라니, 조금 쓸쓸한데…’라고 중얼거리면 좋지 않겠어? 라는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다가 나온 설정)에 선물이나 케익이 모델그래픽스 편집부에 날아오곤 해서 엄청난 폭소를 자아냈다. (←이러다가 밤길에 맞아죽는 거 아닐까 몰라☺) 하지만 내가 잠시 외출한 사이에 얘기도 않고 케익을 몽땅 먹어치운 편집부 인간들이 나보다 훨씬 악당이라고 생각하는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
아키타카 본인도 처음에는 ‘이런걸 왜 하냐’라는 식으로 얘기하곤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 사람도 변하는 법이라, 나중에는 지인이 전화를 걸어와서 “아키타카 선생, 내 친구들이 ‘아키타카 미카를 만났다며? 진짜로 소문처럼 귀엽냐?!’라고 자꾸 귀찮게 물어오는데, 어떻게 대답해주면 좋을까요?! (엉엉)”이라고 하소연하자 “귀엽더라고 말해둬! 타인의 ‘꿈’을 깨뜨리면 안되잖아, ‘꿈’을!”이라고 대답해줬다는(폭소) 웃지못할 얘기도 남겼다. 으~음, 정말 훈훈한 이야기로군. (←진짜로?!) 시시껄렁한 잡담은 이쯤 해 두기로 하고.

그 옛날, 아키타카 미카는 이즈부치 유타카[出淵裕*4]씨한테서 “빨리 MS소녀 그리는 걸 그만두지 않으면 5년쯤 뒤에 분명히 후회한다”라는 충고를 들은 적이 있는 모양이지만, 이미 그 말을 들은 이후로 5년 넘게 지나버렸다. 그렇다면 지금 아키타카 미카는 ‘MS소녀를 그려온 것을 후회하고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아마도 ‘한 점 후회도 없다’고 말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MS소녀가 ‘보편성’이라는 영역에 도달했다는 증거라고 보아도 좋지 않을까. MS소녀는 이미 오오타키 에이이치[大瀧詠一*5]나 브라이언 윌슨[Brian Wilson*6]과 마찬가지로 ‘팝 컬처의 황금률’을 손에 넣은 것이다! ―이렇게 거창하게 써 놓고 보면 왠지 사기치는 것 같아서 좀 그렇긴 하지만(히죽). 어쨌거나, 나 같은 녀석이 이렇게 짖거나 말거나, 아키타카 미카와 MS소녀는 금후에도 확실하게 앞으로 나아가겠지, 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리하여, ‘언젠가는 MS소녀의 화집을 만들자’라고 아키타카와 약속한 이래 거의 5년(이던가?) 넘게 지나서야 가까스로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기쁘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동안 과거에 대한 반항도 겸하여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같은 컬처에서 완전히 발을 빼버린 나는, ‘아무래도 그 허황된 약속은 끝내 지키지 못한 채 뻥쟁이의 오명을 쓰고 일생을 마감하겠구나…‘라고 멋대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역시 이것도 MS소녀가 지닌 신비한 위력이 이루어낸 기적인 걸까?! 이렇게 된 이상 MS소녀는 이미 ‘미라클 미’라던가 ‘에스파시오’라던가 ‘타키온 파워’라던가 ‘메테오’라던가 ‘야채수프’라던가 하는 것들의 영역에 들어선 셈이다. 으~음… 왠지 쓰면 쓸수록 점점 장황해지는 것 같으니 이제 이쯤에서 펜을 놓을까 하노라.


★ 옮긴이 주 ★

[*1] 1964년 4월 17일 사이타마현 출생. 혈액형 AB. 레드컴퍼니 소속. PC게임 『블러스티』의 메카닉 디자인으로 상업작품 데뷔. 이후 TV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ZZ』, 비디오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 0080』, 『기동전사 건담 0083』, 극장 애니메이션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의 메카닉 디자인을 손댄 후, 레드컴퍼니에 입사. 그외에도 극장용 애니메이션 『사일런트 뫼비우스』, 『사일런트 뫼비우스 2』의 디자인 웍스를 담당했다. 대표작인 PC엔진 SUPER CD-ROM² 소프트 『은하아가씨전설 유나』 및 그 속편에서는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 디자인과 감독을 담당했다. 참고로 이 프로필은 1994년 당시 기준.

[*2] 일본 여성 탤런트. 1989년에 아이돌 그룹 CoCo의 멤버로서 데뷔. 1994년 해산 이후는 솔로활동을 계속하다가 현재는 활동을 쉬고 있음.

[*3] 타카하시 루미코의 만화 『시끌별 녀석들[うる星やつら]』의 헤로인. 80년대 만화 및 애니메이션 업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고전 캐릭터.

[*4] 『패트레이버』, 『라제폰』 등으로 알려진, 메카닉 디자이너 겸 애니메이션 감독.

[*5] 일본 뮤지션. 1969년부터 작곡가, 싱어송 라이터, 음악 프로듀서, 레코드 레이블의 오너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

[*6] 미국 뮤지션. 보컬그룹 <비치 보이스>의 오리지널 멤버로 유명.
by 잠본이 | 2007/09/15 12:18 | GUNDAMAKERS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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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엔토류아 at 2007/09/15 12:22
끝까지 안읽었으면 큰일날뻔 했군요..............orz
Commented by 하얀까망 at 2007/09/15 12:26
아아 상쾌한 반전이었어요.. 과연 꿈은 지켜져야 하죠...
Commented by 산왕 at 2007/09/15 15:31
끝까지 봤습니다 ㅠ.ㅠ
Commented by 달바람 at 2007/09/15 16:11
앞부분만 읽었으면 큰일 날 뻔했군요;;
Commented by Rain at 2007/09/16 13:00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하지만 여자인 척 한다고 해도 필자분처럼 남자라고 짐작하는 사람도 많았을 듯 한데,정말로 다른 여자의 사진이라도 준비했던 걸까요?
Commented by sinis at 2007/09/20 11:35
읽은 가치가 있는 글이었습니다...^^
Commented by 지나가던백수 at 2007/09/21 06:00
블라스티는 '선라이즈에서 메카 디자인을 담당'했다고 대대적으로 광고를 때려댄 게임이었었는데 실상 선라이즈 쪽에서는 말단 초짜에게 그냥 맡겨버렸던거군요
Commented by imuky at 2010/07/26 11:18
현실이란... 역시 만만하지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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