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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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철인 28호 : 백주의 잔월
★촬영지: 부천★

태평양 전쟁 종결로부터 십여년 뒤의 일본. 소년탐정 카네다 쇼타로는 아버지의 유산인 거대인형병기 철인 28호를 사용하여 수많은 괴사건을 능숙하게 해결해나간다. 그러던 어느날, 평화로운 도쿄 한구석에서 정체모를 불발탄이 발굴되고, 그 폭탄을 노리는 수수께끼의 로봇들까지 나타난다. 괴로봇 세 대의 협공을 받아 위기에 몰리는 철인. 바로 그때, 구일본군 파일럿 차림의 청년 한 사람이 나타나 쇼타로에게서 조종기를 뺏아들고 철인을 조종하기 시작한다.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위력을 발휘하여 순식간에 세 로봇을 장사지내는 철인의 모습에 어안이 벙벙해지는 쇼타로. 그는 청년에게 '어째서 당신이 철인을 조종하는거지? 당신은 도대체...'라고 묻는다. 곧바로 튀어나온 청년의 대답을 듣고 쇼타로는 더욱 더 큰 충격을 받는다.
"나 말이냐? 철인 조종사야. 내 이름은... 쇼타로, 너와 같은..."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대히트작 <철인 28호>를 원작으로 하는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감독을 맡은 이마가와 야스히로가 지난 2004년에 연출했던 TV애니판 <철인 28호>에서 대부분의 등장인물과 컨셉을 빌려왔지만 일부 인물의 역할이나 인간관계, 스토리에 영향을 미치는 몇몇 중요한 설정이 전혀 달라서, 실제로는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패러렐 월드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다만 일부 설정이 TV판 제1화와 겹치는 것으로 보아, 원래는 TV판과 비슷하게 시작했다가 중간 어딘가에서 분기하여 전혀 다른 결말을 보여주는 'IF 스토리'라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 원래는 2005년 개봉 예정이었으나 제반 사정에 의해 무기한 연기되었다가 2007년 3월 31일에 신주쿠 무사시노관에서 단관개봉함으로써 비로소 햇빛을 보게 되었다. (신주쿠에서의 상영은 지난 5월 25일에 종료했고 4월 21일부터는 원작자의 출신지인 고베에서도 시네카논 고베를 통해 개봉)

이야기는 카네다 박사가 1차대전 직후 다이쇼시대 말기에 다가올 전쟁을 위해 개발했던 최종병기 '폐허탄'과, 쇼타로에게 '철인을 조종할 자격 없다'며 집요하게 그의 목숨을 노리는 의문의 자객 '잔월'이라는 두 가지 미스터리를 축으로 하여 진행된다. 전후(戰後)의 그늘을 가까스로 벗어나 고도성장기를 향해 나아가던 수도 도쿄의 지하에서 연이어 발견되는 폐허탄의 존재는 그때까지 아무런 생각 없이 싸워오던 쇼타로의 마음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킨다. 아버지는 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병기를 개발했고, 왜 그것을 폐기하는 대신 이렇게 여기저기에 감춰둔 것일까? 게다가 그 위치를 철인만이 알고 있다는 유언은 대체 무슨 의미인가? 이러한 수수께끼를 제대로 생각할 여유도 주지 않은 채, 정체불명의 귀환병 '잔월'은 신출귀몰하게 여기저기에 나타나서 쇼타로 암살을 꾀한다. 처음에는 전혀 관계없어 보이던 이 두 가지 사건은, 폐허탄의 기폭장치 역할을 하는 앵커 볼트에 새겨진 '잔월'이라는 문자가 드러나면서 점점 하나의 더욱 커다란 사건으로 얽혀들어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종착점에는, TV판에서와 마찬가지로 '태평양전쟁의 아물지 않은 상처'와 그것을 무시한 채 앞으로만 나아가는 현재의 일본에 대한 '남겨진 자들의 분노'라는 서글픈 테마가 자리하고 있다. 처음에는 아무런 의미도 주지 못하던 코드네임 '잔월'이 지닌 복합적인 의미도 그러한 테마를 쫓아가는 여정에서 좀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극장판 오리지널 캐릭터인 '카네다 쇼타로'[金田ショウタロウ], 일명 '큰쇼타로'의 존재다. (일단 극중에서는 그냥 '쇼타로'라고 부르지만 여기서는 편의상 '큰쇼타로'라고 지칭하기로 하자) 철인 28호의 조종을 꼭 자기가 낳은 아들에게 맡기고 싶었던 카네다 박사는 도무지 아이가 잘 생기지 않자 어린 그를 양자로 받아들여 철인의 조종사로 키운다. 2차대전이 일어나서 특공대로 차출된 큰쇼타로는 카네다 박사의 요청에 따라 비밀병기연구소가 있던 남쪽 섬으로 들어가서 박사와 함께 철인을 완성하지만, 전쟁이 끝날 무렵 행방불명이 되었다가 10년 만에 다시 나타난다. 오직 전쟁을 위해서라는 명분 하에 철이 들기도 전에 친부모와 헤어져 갖은 고생을 하고 나서 겨우 돌아와 보았더니 이미 전쟁은 끝났고 믿었던 철인마저 박사의 친아들인 쇼타로의 손에 넘어가서 사실상 삶의 목적도, 있어야 할 장소도 잃어버린 것이다. 큰쇼타로는 이러한 자신의 처지에 고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형으로서 쇼타로에게 철인 조종법을 가르쳐주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아버지 카네다 박사의 뜻에 따라 폐허탄을 제거하는 데 온 힘을 쏟으면서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은 격렬히 요동치는 마음을 숨긴 채 다음 행동을 준비하게 된다.

아버지가 남긴 어둠의 유산 때문에 온갖 삽질을 다 하면서 세상에 대한 분노 때문에 모두다 망해버려라~를 외치다가 결국은 마음을 고쳐먹고 세상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다는 점에서 그의 존재는 명백히 OVA판 <자이언트 로보>의 겐야(=에마니엘 폰 포글러)를 계승한 것이다. 본래 TV판 <철인 28호>의 카네다 박사 자체가 '히어로 로봇의 개발자'라는 쿠사마 박사의 입장과 '세계의 파괴자(로 오해받는 선의의 과학자)'라는 포글러 박사의 입장을 하나로 통합한 인물이다보니 TV판 쇼타로 역시 다이사쿠의 순수함과 겐야의 자아붕괴 성향이 하나로 합쳐진 듯한 기기묘묘한 캐릭터가 되어버렸는데, 여기서는 이러한 TV판 쇼타로의 고뇌를 다시 둘로 나누어 겐야의 위치에는 큰쇼타로를, 그리고 다이사쿠의 위치에는 쇼타로를 배치하였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덕분에 TV판 후반에서는 완전 아버지에 대한 불신에 빠져 찌질이 초딩이 되어버렸던 쇼타로가 이 극장판에서는 다시 본래의 냉철한 소년탐정이라는 성격을 회복하였을 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비밀이 밝혀진 뒤에도 다소 고민하긴 하지만 자아붕괴에까지는 이르지 않고 스스로의 무게중심을 유지하는 데 성공한다)

거기에 더하여 '특수한 목적을 위해 자기 본래의 신분까지 희생하면서 일정한 경지에 오르는 데 성공하였으나 그 사이에 나타난 더 뛰어난(혹은 더 정통성 있는) 다른 개체 때문에 자기의 존재가치 자체가 완전히 사라져버린 처량한 신세'라는 점은 TV판의 드라그넷 박사 살인사건에서 등장했던 초인간 케리의 처지와 유사하다. (케리는 우주개발을 위해 개조인간 수술을 받지만 실패해서 매장당했다가 벼락맞고 재기동하여 세상에 다시 나와봤더니 자기를 완벽하게 대체할 우주용 로봇 길버트가 나와버려서 자기는 아무짝에도 쓸모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즉 큰쇼타로는 TV판에서 쇼타로가 떠맡았던 '아버지 때문에 인생 망치고 맛가버린 아들'의 위치뿐만 아니라 TV판 전체를 통해 계속하여 제시되었던 '잊혀진 전쟁의 부산물을 떠안은 채 어둠 속에서 자기 존재를 알리려고 몸부림치는 희생자들'의 위치까지도 동시에 대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보아 이번 극장판의 진정한 주인공은 큰쇼타로 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이번 극장판 역시 근본적으로 하려는 이야기는 TV판 때와 비교하여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태평양 전쟁이라는 특정한 시대적 배경을 떼어놓고 본다면 이 주제는 OVA판 <자이언트 로보>와도 일맥상통한다. 지금 눈앞에 펼쳐진 찬란한 번영의 뒤안길에는 반드시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희생과 상처가 있으나 평범한 사람들은 '더러운 일은 너무나도 쉽게 잊어버린다'. 어둠을 걷어내고 진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는 그 상처를 떠안은 '희생자' 중 누군가가 들고 일어나 자기주장을 펼칠 수밖에 없지만, 세상은 그러한 주장마저도 쉽게 받아들여주지 않고, 결국 '희생자'는 좌절한 나머지 극단적인 방법에 의존하게 된다. ('희생자'는 때로 그 극단적인 방법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세간에서 '악'으로 통하는 세력과 결탁하기도 하는데, <자이언트 로보>에서는 BF단이, 이 극장판에서는 베라네드 재단이 그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어떠한 계기를 통하여 자기가 취한 수단이 옳지 않음을 깨달은 '희생자'는 스스로 소멸의 길을 택함으로써 결정적인 파국을 회피하고, 그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다음 세대의 인물이 좀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것을 다짐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TV판의 경우 '희생자'에 해당하는 인물이 여기저기에 분산되어 있고 결말의 처리도 어둠의 유산을 대표하는 마지막 타자인 철인이 용광로에 녹아버림으로써 청산이 끝나고 다음 세대인 쇼타로의 심리에 대해서는 시청자의 상상에 맡김으로써 다소 애매한 인상을 주었던 것에 비해, 이번 극장판에서는 위와 같이 겐야-다이사쿠에 대응하는 큰쇼타로-쇼타로의 구도를 채택하고 마지막에 쇼타로가 '철인과 함께 일본이 시대의 격류에 휩쓸려가지 않도록 계속해서 싸워나가겠다'고 맹세하는 장면을 삽입함으로써 보다 <자이언트 로보>에서 제시했던 패턴과 비슷한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 뜻에서 이번 극장판은 TV판 <철인 28호>의 메시지를 훨씬 명확하고 알기 쉽게 재정리한 '또 하나의 철인'일 뿐만 아니라, <자이언트 로보>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이마가와 월드'의 총결산이라고 할 만하다. <자이언트 로보>에서 보여주었던 아버지와 아들의 문제, < G건담 >에서 추구했던 박력있는 격투액션, <7인의 나나>에서 파고든 밝고 명랑한 생활개그, 그리고 TV판 철인에서 제시한 쇼와시대의 향수어린 정경묘사 등등이 모두 이 극장판 안에 녹아들어가 있다.

다만 드라마성을 너무 강조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액션이 적어져서 로봇물 본래의 매력을 살리지 못한 것이 TV판 철인의 문제점이었는데, 이 극장판에서도 액션 장면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고 중요한 얘기는 다 인물간의 대화로 때워버리며 특히나 악역인 베라네드 재단의 역할이 뒤로 갈수록 보잘것없어지기 때문에 TV판에서 나타났던 문제점을 완전히 극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TV판에서 나타났던 옛스런 분위기를 추구하는 경향은 더욱 심화되어, 흑백 뉴스 필름의 의도적인 삽입, 당시 유행했던 엔카의 사용, 철저한 고증을 거친 복고풍 배경미술 등등 활용할 수 있는 기법은 거의 다 활용하고 있다. TV판과 마찬가지로 이 극장판도 단순한 오락 작품에 머물지 않고 '철인 28호'라는 가상의 요소를 끼워넣은 '창조된 과거'를 통하여 옛 시절의 향수를 되새기는 동시에, 확실한 청산 과정 없이 그저 앞으로만 달려나가다가 '실제의 과거'를 망각해버린 현대 일본인의 태도에 문제를 제기하는 복잡미묘한 작품이 되어버렸다. 그것도 그것대로 의미있는 일이긴 하지만, 이제 철인28호를 위장한 '격동의 쇼와사 ~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볼만큼 봤으니, 슬슬 오락물로서의 본연에 충실한 진짜 철인28호가 다시 나와주면 안될까 싶다. (역시 문제는 돈과 제작사인가...T.T)

그밖에 여러모로 사소한 얘깃거리가 있긴 하지만 그건 시간 관계상 다음 기회에 해야겠고...
이 작품을 극장에서 자막까지 붙여서 볼 수 있게 해 준 Pifan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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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본이 | 2007/07/17 20:22 | 바벨의 농성 | 트랙백 | 핑백(4)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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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색한 4번째 작품으로, 2005년 3월 26일에 DVD박스가 발매된 바 있다. 이번의 블루레이 박스에는 TV시리즈 전 26화에 더하여 2007년에 극장개봉한 극장판 &lt;백주의 잔월>을 완전수록! DVD박스에 수록했던 영상특전 등을 재수록할 예정이며, 그 외에도 제13화 &lt;빛나는 물체>에는 이마가와 감독에 의한 완전신작의 작화 컷 ... more

Commented by 비회원 at 2007/07/18 00:46
저도 오늘 봤습니다만 볼수록 자이언트 로보가 떠오르더군요.
액션이 너무너무 적은것이 좀 아쉬웠지만 그래도 재밌었습니다.^^
(그런데 원래 철인이 혼자 움직일수있나요? 중간중간 두명의 쇼타로가 모두 조종하지않는듯한,또는 조종할수없는 경우에 철인이 동작한것 같은데..)

ps : 어느 학원(?)에서 단체관람을 왔는지 관람객 연령대가 극과 극이더군요.
Commented by eponine77 at 2007/07/18 10:11
저도 지금 피판 관람(?) 중인데... 철인28호도 볼 뻔 했습니다. 하지만 스케줄을 짜다보니 애니판타쪽은 올해 인연이 안닿네요. ㅠㅠ
Commented by 우주괴물 at 2007/07/18 13:15
저도 같은 극장에서 봤네요.

초딩부대가 3소대 정도는 출동한듯. 앞뒤옆 모두 초딩으로 둘러쌓여서 -_-;
Commented by Layner at 2007/07/18 15:34
대철인의 모습도, 형이라는 존재도, 기존의 이마가와 야스히로 감독 작품 티는 많이 나는데... 솔직히 기대했던 활극의 재미가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과연 다음 작품은?
Commented by 가고일 at 2007/07/18 23:45
..뭐랄까....이마가와 감독이 "나도 활극 말고 제대로 된 드라마 만들 수 있다~!" 라고 외치는걸 본 듯한 기분이랄까요....
Commented by 풍신 at 2007/07/22 04:29
저것보고 싶지만 어디서 봐야할지 막막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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