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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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OVA 더빙판 1~2화를 보고
얼마 전에 노바미디어에서 발매한 코드3 DVD박스(프리미엄 마스터 버전)를 구입하여 그 안에 수록된 투니버스 방영판을 2화까지만 살펴보았습니다.

번역은 몇몇 사소한 부분에서 뉘앙스가 좀 어긋나는 것을 빼면 그렇게 불만스러운 정도는 아니었지만 캐스팅이나 대사 처리에서 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평소에 잘 안 쓰던 단어가 나오거나 급박하게 뭔가를 전하려 할 경우에 발음이 뭉개져서 뭔 소릴 하는건지 잘 모르겠더라는 문제는 특별히 여기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일어에서는 아무 문제없는 대사도 한국어로 하면 꽤 발음하기 난감한 경우가 많으니까요. 게다가 원판의 녹음 기간은 (서플로 붙어있는 주연 2인의 대담을 들어보니) 1화당 1주일 정도였다고 하지만 국내 사정을 생각하면 이 더빙판에도 그만큼 여유로운 스케줄이 주어졌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구선호(다이사쿠)는 너무 고분고분한 바른생활소년이 되어버렸고 알베르토선생은 나름대로 노력은 하고 계시지만 너무 가벼운 느낌이 들며 중조국장(츄죠장관)은 목소리가 너무 젊고 오선생은 너무 비리비리한 인상을 주는데다 일부 장면에선 국어책 읽는 느낌이고 필요 이상으로 공적인 자리에서 해요체를 남발하여 위화감이 심했습니다. 물론 이런 식으로 원판과 단순비교를 하는 건 연기하신 성우분들께 상당히 가혹한 처사라는 점은 인정해야 합니다. 원판의 경우는 든든한 예산과 이마가와 감독의 고전취미가 결합한 결과 애니뿐만 아니라 외화더빙에서도 활약하는 중후한 연기파 성우들을 대량으로 투입해서 최고의 연기력을 뽑아낸 케이스입니다. (특히 십걸집의 성우들은 우리나라로 치면 박일씨나 유강진씨, 이강식씨 클래스에 해당하는 거물들이 줄줄이 기용되었는데, 솔직히 투니에서 이정도 캐스팅을 기대하기는 어렵죠.) 웬만한 TV애니는 물론 동시대의 OVA들에 비해서도 격이 다르죠. 거기에 비해 투니판은 동원 가능한 성우진의 숫자도 적고 평균 연령대도 훨씬 낮을 것이며 성우들 개개인의 숙련도나 캐릭터에 익숙해질 수 있는 여유 시간도 충분치 못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미 수년 전에 다 끝나버린 더빙작업에 대해 이제와서 주절거려봐야 별 소용 없는 짓이겠지만;;;)

애초에 원판을 먼저 접해서 그 이미지가 뇌리에 콱 박혀버린 사람의 눈으로 본다면 게임이 안 되겠지요. 그점을 감안한다면 이 더빙판을 너무 깎아내리는 것도 도리가 아니겠으나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그래도 은령(긴레이)과 홍준식(무라사메)은 그렇게 거슬리지 않는 편이었고, 철우는 캐스팅과 연기 둘다 안성맞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더빙판 최대의 수확은 원판보다 개그맨이 되었으면서도 그게 전혀 어색하지 않게 느껴지는 철우의 명연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더군요.

목소리를 대충 알아들을 만한 분은 환야(겐야)를 연기하신 김환진씨와 신행태보 대종을 연기하신 이규화씨 정도입니다. 김환진씨는 환야를 하실 때는 그런대로 어울렸으나 아버지인 포글러 박사까지 1인2역을 맡으시는 바람에 좀 부담이 컸을 듯 하더군요. 게다가 사실 김환진씨는 날카로운 청년 보이스에 가깝다보니 노인이나 중년 연기를 하실 때는 무게감보다 간사함이 더 두드러지는 느낌이 커서 포글러가 원판에 비해 너무 경박해진 인상을 받았습니다. 환야가 포글러로 변장하고 행동하는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두 캐릭터의 이미지가 꽤 차이가 나는데 기왕 하는거 원판에서처럼 좀 나이든 성우를 따로 기용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여건상 무리라는 건 잘 알지만...)

이규화씨의 대종도 2% 부족하다는 인상이 드는 건 마찬가지인데, 아무래도 X파일의 멀더 이미지가 워낙 강한데다 애니더빙을 한동안 안 하셔서 그런지 한창때에 비해 너무 차분해지셨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하긴 <우주의 왕자>에서 히맨 연기하실 때도 꽤 모범청년 이미지였지만 이 분이 비슷한 시기의 <슈퍼소년 앤드류>에서 코믹한 동네 양아치 커크 스티븐스를 연기하셨다는 걸 잊으면 안 됩니다.) 다른 애들 놀려먹을 때의 껄렁함이나 '선호에게 우리가 어른으로서 해줄 수 있는게 뭘까'를 논할 때의 비장함은 괜찮았지만 아무래도 원판의 와카모토 노리오가 워낙 호쾌느끼복잡미묘두근박근(...?)한 보이스를 자랑하는지라 전투시의 연기는 좀 파워가 딸린다는 느낌이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나 알베르토의 충격파를 먹을 때는 분명 비명을 질러야 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냥 낮은 신음으로만 일관하셔서 눈물이 나더군요.) 이규화씨는 해설자도 겸하고 계신데 원판에서는 무라사메 켄지 성우가 뭔가 상당히 B급스런 분위기로 힘차게 대사를 읊어나가는 데 비해 여기서는 거의 다큐멘터리 나레이션에 가깝게 무미건조한 어조로 대사를 이어나가고 계셔서 묘하게 힘이 빠집니다. 개인적으론 차라리 오선생을 이규화씨가 하셨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원판의 히스테리 오카마스러운 맛은 좀 떨어지겠지만 선비답게 정연하고 깔끔한 맛이 배어나지 않을까요. =)

여러가지로 푸념만 늘어놓긴 했으나 그래도 역시 익숙한 모국어로 더빙된 작품을 보는 것이 자막을 일일이 읽는 것보다 편하긴 하고, 같은 캐릭터에 대해서도 미묘하게 다른 해석으로 연기하는 것을 볼 수 있어서 감상의 폭이 넓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3화 예고에 나온 더빙판의 부제를 알게 된 순간, '내가 이걸 계속 봐야 하나'라는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되었으니, 그 제목이 뭐였냐 하면:


나가자! 싸우자! 이기자!

샹하이 상륙작전


......어떻게 하면 '발령! 전자 네트와이어 작전 ~샹하이에 지다~'가 저렇게 되는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단 말이지요. (2화까지는 그냥 평범하게 원판과 비슷한 타이틀로 가놓고 어째서 저거만...;;;;;;OTL)

언제 시간 나면 이 DVD와 몇가지 더 합쳐서 요코야마 상영회라도......? =)
by 잠본이 | 2007/02/14 22:11 | 바벨의 농성 | 트랙백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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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충격 at 2007/02/14 23:00
- 기준이 굉장히 너그러우신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엔 최악 중의 최악의 번역이었어요.
너무 엉망이라서 한번 정리를 해볼까 적어나가다가...
수십개가 넘도록 계속 나오니 1화 중간이었나
2화 중간이었나, 중도포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얼마전에는 잠깐 뭐 하나 확인할 게 있어서 틀었다가...
틀자마자 나오는 혼세마왕의 대사에 혼세를 느꼈습니다.
"내 동생 알베르트!!" (누구 맘대로 족보를 다시 쓰냐)
- 리마스터 말고 기존판 박스를 구입하시면 그쪽에
한국판 성우들 인터뷰가 있습니다.
인터뷰 출연자만 적어보자면
이규화 (신행태보 대종) 양정화 (은령)
김환진 (환야+父) 한원자 (청면수 양지)
박만영 (C급 에이전트 오즈마, 일청도인 공손승)
김광국 (충격의 알베르토) 김정은 (고요한 츄죠)
- 자이언트로보의 경우는 그밖에도 구판에만 있는 요소들이 있는데..
특히 이마가와 감독을 비롯한 세명이 대담을 나누는
배틀토크가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이것 때문에라도 구판+신판 중복소장할 만 합니다.
Commented by 天照帝 at 2007/02/14 23:02
...히스테리 오카마...(바들바들)
투니판의 문제는 전부터 하던 말입니다만, 성우분들 문제라기보다 PD가 개념없는 게 가장 큰 문제일 겁니다. --;
성우분들은 설명만 잘 해 주면 원음성만 듣고도 감정선 잘 잡는데 꼭 옆에서 엇나가는 연기지시를 하는 걸 보면 참.
Commented by 존다리안 at 2007/02/14 23:12
전 김환진씨 연기에 충격을 먹었습니다.
하기야 본래부터 연기력 하나는 인정해 주는 분이였지만 특히 여기서
의 포그라 박사의 포스는 그야말로 압권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김환진씨는 이마가와 감독의 한국 진출작인 수호요정
미셸에서 여주인공-성우가 무려 정미숙씨....-의 아버지와 악당들
따라다니는 뱀 요정 역을 맡았었습니다. 거기서도 그 아버지라는 사
람에게서 포그라 박사의 기운을 느꼈습니다.
Commented by 행인1 at 2007/02/14 23:33
휴우..... 대체 언제나 제대로 된 더빙이 가능해질까요...
Commented by 플리케 at 2007/02/14 23:49
샹하이 상륙작전;;
Commented by 스킬 at 2007/02/15 01:04
상하이 상륙작전이라..... 제목쓰신분이 BF단 소속이셨군요.
국제경찰소속이라면 절대 저런 제목은 못씁니다.
Commented by NOVA at 2007/02/15 05:40
더빙 번역되는 과정을 지켜봤고
그 현장에도 잠깐 있었는데...
결과물에 대해선 어쩔 수가 없더군요...-_-;
불가항력이랄까...

우선 아무도 그 작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었고...
연출가나 성우들이나 4화쯤 되서야 감을 잡더군요.

또 작품 자체가 열혈+오버의 극치 아닙니까.
거기에 호응을 해서 불타줘야 하는데
그게 또 자연스럽게 되는 것도 아니고요.
아마 일본판에선 이마가와 감독 등 스탭들이
더빙현장에서 열심히 독려했으리라 짐작합니다.

그리고 일본 더빙 성우들은 그야말로 최강급인데...
우리나라 실정과 비교하는 건 좀...
우리나라 방송국에선 전혀 관심 없는 작품을
DVD 제작사에서 돈써가며 겨우 겨우 성우진 확보하는 것도
당시로선 최대치였죠.
(비밥 같은 더빙이 나온 건 정말 기적같은 일입니다)

그나마 '지구마비작전'이 될 뻔한 게..
제가 끝까지 우겨 '지구정지작전'으로 바꾼 것이
그나마 수확이랄까요...^^;;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자막 번역과 더빙 번역은
차원이 다르다는 걸 느끼게 해준 좋은 경험이었죠.
Commented by 이메디나 at 2007/02/15 09:23
더빙판에 한글자막하면 웃겨서 구르게 된다던데... 아직 못해봤습니다 ^^;
Commented by DYUZ at 2007/02/15 09:55
제목이 멋지구리하군요(...)
Commented by DAIN at 2007/02/15 10:41
케로로 극장판에서 '짐 스나이퍼 커스텀'이 살아 남은 것도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생각이 드는.
Commented by 天照帝 at 2007/02/15 11:09
DAIN 님> 그나마 투니 재더빙판에선 왕무개념 PD가 짐 스나이퍼 '건담'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ㅂ-;
(미쳐도 곱게 미쳐야지 진짜)
Commented by 아토리 at 2007/02/15 18:50
몇년 전에 채널 돌리다가 자로 OVA 5화를 봤던 기억이 나네요...
정말 깨네요 제목-_-;
Commented by 444← at 2007/02/15 18:51
....굉장히 너그러우신 소견이군요.OTL
Commented by glasmoon at 2007/02/16 20:04
스탭, 성우들 중 작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NOVA 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성우 어느분인지는 모르겠지만 DVD 서플에 담긴 인터뷰에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어쩌고 저쩌고...' 을 듣고 그냥 꺼버렸죠.
Commented by 작은울림 at 2007/12/02 02:43
glasmoon 님 / 그 성우가 바로 이규화씨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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