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by 잠본이 2006 이글루스 TOP 100 2007 이글루스 TOP 100 2008 이글루스 TOP 100 2009 이글루스 TOP 100 2010 이글루스 TOP 100 2011 이글루스 TOP 100
메모장
카테고리
태그
포토로그
라이프로그
rss

skin by 이글루스
시민 케인
미국 최대의 기업가이자 언론인인 찰스 포스터 케인이 "장미봉오리(rosebud)"라는 말을 남긴 채 자기의 호화저택인 재너두에서 쓸쓸하게 숨을 거둔다. 잡지사 기자 톰슨은 상사의 지시를 받고 그 말의 의미를 알아내어 특집 기사를 쓰기 위해 생전에 케인이 알고 지냈던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한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구도 "장미봉오리"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대신 톰슨은 생전의 케인이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전혀 다른 복잡한 인물임을 알고 점점 그에게 동정을 느끼게 된다. 결국 원하는 답을 알아내지 못한 톰슨은 동료들과 함께 대저택을 떠나고 저택의 일꾼들은 남은 유품들을 끌어내어 정리하기 시작한다. 그 가운데 있던 낡은 썰매가 일꾼들의 손에 의해 난로불 속에 던져져 타들어가기 시작한다. 부모와 떨어져 외롭게 살기 전에 어린 케인이 타고 놀던 썰매였다. 그 썰매의 위에는...


영화는 뉴스필름의 형식으로 케인의 일생이 대략 어떠했고 사람들은 그를 어떻게 여기는가를 보여준 다음, 톰슨과 여러 인물들의 인터뷰를 통해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케인의 일생을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흑백영화에다 사운드가 지직거림에도 불구하고 역광이나 거울상 등등 여러 영상 기법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간결하게 핵심만을 보여준 뒤 다음 포인트로 이동하는 편집 덕분에 크게 지루하거나 낡았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주인공이지만 사실상 영화 맨 처음에 죽어버리고 계속 회상장면에서만 등장하는 케인은 이미 고인임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존재감으로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는 망령과 같은 존재다. 썰매를 타고 놀던 순진한 소년이 어머니의 결단으로 부모와 떨어져 부유한 은행가의 피후견인이 되어서 점점 비뚤어진 오만 덩어리가 되어가더니 급기야는 선정적인 기사로 사람들을 선동하는 언론인, 정계와 결탁하여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물 선거꾼, 평생동안 쌓아올린 부로 대저택을 세우고 제왕처럼 살아가는 배불뚝이 노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실감나게 펼쳐진다.

그러나 결국 그 모든 것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람들이 바라는 것을 알아내는 법을 알지 못하고 그들에게 자기가 원하는 것을 강요하다 그들을 다치게 한다. 그리고 한때 친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그를 떠나면서 그는 점점 외롭고 무기력한 황제가 되어간다. 그의 강권에 못이겨 원치도 않는 성악을 계속하다 자살까지 시도하고 그의 인형 노릇에 못이겨 결국 떠나가는 둘째 부인의 일갈은 그가 왜 끊임없이 사랑을 구함에도 사랑받지 못하는지 잘 말해준다. "당신은 나를 사랑하는 게 아녜요. 내가 당신을 사랑해주길 원할 뿐이죠."

장미봉오리의 정체가 밝혀지는 그 전설적인 마지막 장면(이제는 워낙 흔해서 말괄량이 뱁스라던가 유령 대소동에서까지 패러디를 해먹었을 만큼 널리 퍼진;;;)은 이미 알고 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은근히 가슴저리는 안타까움을 자아내었다. 이토록 지적으로 계산되어 있고 정확하게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는 정말 만들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여러 가지 다른 연령대를 넘나들며 캐릭터들의 다양한 모습을 연기한 배우들의 열연도 특기할 만하다. (특히 케인역의 오손 웰즈는 허풍쟁이의 20대 청년에서 깊은 우수에 젖은 고집불통 늙은이까지 체형과 머리모양을 바꿔가며 다양한 연기폭을 보여주어 감탄을 자아낸다. 이 영화 제작 당시 그의 나이는 불과 26세였다고 한다. -_-)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장면은 3가지 정도인데, 처음에 뉴스필름이 끝나고 잡지사 사람들이 케인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편집장이 톰슨에게 지시를 내리는 장면. (어두운 영사실 안에서 일부 사람만 역광을 받아 실루엣으로 나오기 때문에 상당히 신비스럽고도 음험한 분위기에서 얘기가 진행된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꼭 무슨 갱단 회의같기도;;;) 둘째로는 위에 말한 둘째부인이 산간벽지에 위치한 재나두에 갇혀서 '뉴욕에 나가서 놀고싶다'고 투덜거리지만 케인이 들은척도 않자 소일거리로 퍼즐을 맞추는 장면. (하나의 덩어리를 보여주지 않고 조각[piece]을 멋대로 건네주어 관객이 짜맞추게 하는 이 영화의 내러티브와 상통하는 면이 있다. 케인이 "처음 보는 그림을 어떻게 다 알고서 짜맞추지?"라고 묻는 장면도 나름대로 의미있는...) 둘째부인이 떠난 뒤 망연자실하게 서 있다가 그 방을 때려부수고 복도로 나와서 멀뚱히 지켜보는 하인들에게 한마디도 않고 성큼성큼 걸어가던 케인이 양쪽 벽에 걸린 거울에 자기 모습이 반사되어 마치 거울 속에 여러 개의 통로가 있고 그 통로마다 하나씩 케인이 서 있는 것 같은 광경을 보고 잠시 멈춰서는 장면 등이다. (자기 맘대로 살다가 하나의 일관된 행복을 잡지 못하고 산산조각난 케인의 분열된 인격을 상징하는게 아닐까 하고 멋대로 해석하기도...;;;) 참고로 그 앞의 방의 물건들 때려부수는 장면은 전체적으로 잔잔한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에너지가 흘러넘치는 역동적이고 야성적인 장면이다. (보면서 '이거 사실은 액션영화였나?'라는 생각도...;;;)

그나저나 시네마떼끄 쪽의 비디오들은 하나같이 자막이 엉망이라...(번역이 개판인거야 그렇다쳐도 맞춤법이 안맞는건 너무하지 않나?) 짜증 난다는...
('그러니까 dvd를 사는겁니다'라고 어제 만난 모 님이 옆구리를 찌른다;;)
by 잠본이 | 2003/12/08 17:36 | 시네마진국 | 트랙백 | 덧글(1)
트랙백 주소 : http://zambony.egloos.com/tb/14853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sabbath at 2003/12/08 22:29
참고로, 〈시민케인〉은 DVD도 자막이 엉망입니다. 구판도, 최근에 다시 나온 리마스터링 신판도.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이전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