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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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의 카게닌[影忍]
과학기술의 발달로 우주공간에서 인간이 생활하게 된 우주세기의 시대에도 여전히 인간의 악의와 욕심으로 인한 전란은 끊이지 않는다. 그 전쟁의 시대 뒤편에서 암약하며 자기들만의 법칙에 따라 행동하는 그림자 인생들 - 세상은 그들을 '시노비'라 부른다. 키바일족의 자손이자 유능한 시노비인 '료가'는 우연히 손에 넣게 된 검은 모빌수트 'G'를 몰고 수많은 강호들과 대결을 벌이며 광기와 아집으로 가득한 혼란의 시대를 헤쳐나간다. 그러던 어느날, 지구권 전역의 시노비들이 총집결하여 정체모를 거대한 적에 맞서는 일련의 대작전 '백귀야행'이 전개되고, 료가도 그 작전에 참가하게 되는데...!

지난 1990년경에 반다이의 상업 앤솔로지 '사이버 코믹스'에 부정기 연재되었던 코야마 모토오의 건담 패러디 만화. 시라토 산페이의 <카무이전>이나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이가의 카게마루>를 방불케 하는 고전 닌자만화의 에센스를 건담세계에 결합시켜, 과학과 비술이 공존하는 신비한 세계관과 역동감 가득한 액션을 펼쳐 보이는 이색작이다. (여러가지 닌자물 관련 장난이 들어있기 때문에 그 재미를 100% 즐기기는 좀 어렵지만) 이야기는 전 10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그 중 5편이 료가와 G의 시노비로서의 활약을 그린 옴니버스 스토리이고, 4편은 최종장인 '백귀야행편' 4부작이며, 나머지 1편은 G가 어떻게 해서 료가의 손에 들어오게 되었는지를 그린 프리퀄에 해당한다. (료가와 같은 일족의 닌자인 '휴가'가 지온에게 고용되어 연방이 수송하던 G-3건담을 강탈했다가 데긴공왕에게 간청하여 현상금 대신 건담 자체를 자기 소유로 만드는 데 성공하지만 그를 진짜 '연방의 흰둥이'로 착각한 지온 정찰함에게 공격당하여 중상을 입는 바람에 결국 마지막 유언을 통해 건담을 료가에게 물려주고 자기는 죽어버린다.) 이번에 입수한 것은 2005년에 미디어웍스에서 발매한 복각판으로, 사이버코믹스 연재작 9편 외에 가장 나중에 발표된 전격대왕 창간호 게재작 '쿠구츠의 장'(시기상으로는 료가가 한참 활동하던 때의 1화완결 스토리)을 추가한 완전판이기도 하다.

저자 코야마 모토오는 다소 매니악하긴 하지만 <얼치기 던전>(국내명 '전사 모카') 시리즈를 통해 어느 정도 실력을 보여준 바 있기에, 이 작품에서도 나름대로 탄탄한 스토리를 선보이고 있다. 각 에피소드의 분량은 그다지 길지 않으나, 뚜렷한 기승전결과 함께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이야기를 무리 없이 소화해내고 있는 것이다. 다만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닌자들이 거대로봇을 몰고 무협지류의 기술을 시전하며 피튀기게 싸운다'는 컨셉에서는 사실 통상의 건담 시리즈보다는 이보다 몇년 뒤에 나오게 되는 <기동무투전 G건담>을 연상케 하는 부분이 많다. 따라서 우주세기 건담과 연결지어서 본다면 설정상 다소(가 아니라 상당히)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팬들 중에서는 '이 작품이 없었다면 G건담도 못 나왔을 거다'라고 평하는 의견도 있을 정도이니;;;)

오히려 이 작품의 가치는 건담과 연결짓지 않고 그냥 독립된 물건으로 볼 때 더욱 빛을 발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전쟁의 막후에서 각 진영에 고용되어 정보전이나 자금축적 등을 위해 희생되어 가는 닌자들의 슬픈 말로라던가, 그러한 현실을 목격하면서도 결국 근본적인 해결에는 이르지 못하고 목숨만 건진 채 쓸쓸히 퇴장하곤 하는 료가의 운명 등은 일종의 변칙적인 닌자만화로서 충분히 호소력을 갖는다. 카메라 아이를 끄고 별도의 센서를 발동시켜 보이지 않는 적을 탐지해내는 '심안(心眼) 센서'라던가 미노프스키 입자를 분말 형태로 흩뿌려 안개를 만들고 몸을 감추는 '미노프스키 은신술', 혹은 적 MS를 방패로 삼아 마찰열을 막아가며 미세하게 돌입 각도를 조절해서 대기권 돌입을 해치우는 '이즈나 오토시'처럼 건담세계의 설정과 닌자만화의 필살기를 교묘하게 합체시켜 선보이는 갖가지 기술들도 흥미롭다. (아무리 봐도 개그로밖에 안 보이는데 극중 인물들은 엄청 진지한 얼굴로 그짓들을 해버리기 때문에 더 무섭다. G건담이 그렇듯이 이 작품도 그림만 얼핏 보거나 내용 설명만 들어서는 '개그만화인가?'싶을 정도지만 실제 작품을 읽어보면 무지 시리어스하다.;;;)

최종장인 '백귀야행편'은 아예 건담 세계와는 상관없는 작가 독자의 컬러가 강하게 배어나오는 중편 연속 스토리로, 계속되는 전란으로 인해 우주 저편까지 방사된 인류의 악의를 감지하고 그 근원을 박멸하기 위해 태양계로 향하는 의문의 거대생명체에 맞서서 료가를 비롯한 기동닌자 108기(!)가 필사적으로 싸운다는 엄청난 스케일의 SF전기담이라 할 수 있다. 거대생명체의 주특기는 자기 몸의 일부를 적과 똑같은 모습(혹은 더 추악한 모습)의 도플갱어로 둔갑시켜 공격하는 것인데, 이 때문에 수많은 시노비들이 자기가 두려워하는 것, 혹은 그리워하던 것과 직면하여 방심하다가 함정에 걸려들어 자멸하고 만다. 그러한 함정에도 굴하지 않고 아무런 사심 없이 오직 살아남기 위해 돌격하는 료가의 '마음'에 흥미를 느낀 생명체는 료가가 한때 사랑했으나 지금은 세상을 떠난 여인의 모습을 빌려 그를 시험하지만 결국 그는 갈등 끝에 그 시험을 통과하고 생명체의 본체를 소멸시키는 데 성공한다.

결국 그 와중에 폭발에 휘말려든 료가는 생사불명으로 끝나고 그의 전설은 바로 옆에서 같이 싸웠던 동료 시노비 '코류'에 의해 구전된다는, 어찌보면 꽤나 흔해빠진 결말이지만 '주인공들이 거대한 적에 맞서서 협동하여 싸우는 가운데 어려운 관문을 돌파하고 인류의 가치를 증명하는' 스타일의 우주 무협지로서는 평균 이상의 완성도를 자랑한다. 퍼스트에서 뉴건담까지 이어지는 역대 시리즈의 인기 MS들을 일본색 풀풀 나는 닌자 스타일로 각색하여 군웅할거의 대규모 전투를 보여주는 수법이나, 이미 지구권의 문제를 떠나 우주적인 스케일로 인류의 존재의의를 묻는 주제의식 등은 '전사 모카'의 여러 에피소드와도 통하는 면이 있다. (다만 여기에는 모카 일당과 같은 요란뻑적지근한 소년만화 스타일의 주인공이 없기 때문에 작품 분위기 자체는 상당히 무겁고 드라이하다. 그러고보면 료가의 외모는 '모카'의 주요인물인 정신체 에스프리의 인간시절 얼굴과 닮았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상당한 카리스마와 다양한 기량을 자랑하는 여러 조역 닌자들이 순전히 이 에피소드를 위한 1회용 캐릭터로 취급되어, 대부분 나오자마자 죽는 게 아깝다는 점이랄까.

위에서 얘기한 'G' 탄생 이야기에 데긴공왕이 잠깐 나오는 걸 빼면 우주세기 캐릭터의 등장은 거의 없으므로 다소 서운하기도 하지만, 그 서운함을 일거에 날려버릴 만큼 뒤집어지는 게스트 출연이 하나 들어있다. 이름없는 뜨내기 노인으로 변장하여 료가의 우주정을 얻어타고 닌자 콜로니로 찾아오는 도중, 료가를 습격한 적 MS의 빔사벨을 두 손으로 잡아버리는 엄청난 묘기를 선보이는 의문의 남자... 그 남자야말로 사상최대의 작전 '백귀야행'을 닌자들에게 의뢰하기 위해 인류를 대표하여 찾아온 것이었다. 이마에 초승달 모양의 흉터가 있다는 것 외에는 모든 것이 수수께끼에 싸인 그 남자의 정체는... [바로 붉은 혜성의 그사람]!!! (<블라스터 마리>에서도 사고 한건 치더니만... 마법사 노릇에 무공 고수까지~ 대체 이남자 못하는게 뭐냐~[라기보다 당시 사이버코믹스계 작가들이 은근히 이인간을 띄워주는 경향이 있었던 거겠지만... OTL;;;;;;])
by 잠본이 | 2006/11/18 15:08 | GUNDAMANIA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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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네오아담 at 2006/11/18 16:15
..."이 남자"는 어디서나 등장하는군요.^^;;
역시 빠져서는 안될 인물인가봐요.

Life is wonderful~~!!
Commented by hansang at 2006/11/19 00:03
좋아하는 작가인데 너무 매니악해서 묻혀버린것 같아 아쉬운데 글로 다루어 주시니 무척 반갑네요. 이 작품도 구해보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코야마 모토우는 개그센스가 꽤 탁월한데 시리어스한 작품이라니 좀 망설여지기도...)
Commented by kunoctus at 2006/11/19 03:55
전사 모카라.....참 인상적인..만화였죠. 되게 재미있어 하면서 봤떤 기억이 새록새록
Commented by theadadv at 2006/11/19 18:32
던전 시리즈도 내면에는 꽤 시리어스한 스토리를 담고있죠.
Commented by ダ-スケロロ at 2006/11/23 03:52
전사 모카... 완결권이 대여점에 없어서 피눈물 흘렸습니다.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6/11/23 07:41
그거 원래 대원에서 마지막권만 안내준 겁니다. 저는 돈주고 샀다가 피눈물 흘렸다고요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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