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지: 코엑스몰 메가박스★19세기 말 영국 런던, 격변기를 맞아 온통 혼란스럽게 돌아가는 세상에 염증을 느낀 대중은 매일 새로운 구경거리를 찾아헤매고 있었다. 그런 대중들의 관심 속에서 전성기를 구가하는 특별한 오락이 있었으니, 바로 마술이다. 로버트 앤지어와 알프레드 보든은 마술사의 조수로 일하면서 차근차근 기법을 배워나가며 언젠가는 최고의 마술을 선보이겠다는 꿈을 함께 키워나가는 평범한 청년들이었다. 쇼맨십이 강하고 인정이 많지만 현실에 안주하는 앤지어와, 변덕이 심하고 자기중심적인 성격이지만 언제나 남들보다 한발 앞서가길 바라는 천재형의 보든. 처음에는 선의의 경쟁자로 출발한 그들의 관계는, 앤지어의 아내 줄리아가 수중탈출 묘기를 선보이던 도중에 보든이 잘못 묶은 밧줄 매듭 때문에 미처 탈출하지 못하고 사망함으로써 뒤틀리기 시작한다. 마술사로 개업하여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기 시작한 두 사람은 서로의 비법을 노리고 갖은 책략과 음모를 동원하여 끊임없는 복수전에 돌입한다. 보든이 기적적인 순간이동 마술을 선보여 장안의 대스타로 자리잡자 어떻게든 그의 수법을 모방하여 관객의 눈길을 끌려고 노력하면서도 자신의 마술이 보든보다 완전하지 못하다는 컴플렉스 때문에 괴로워하는 앤지어. 게다가 보든은 그동안 새라라는 여인과 결혼하여 딸까지 낳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남의 행복을 빼앗아간 주제에 자기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모든 것을 손에 넣은 보든을 바라보며 미칠 듯한 질투에 불타는 앤지어. 그는 보든이 아끼는 심복 탈론을 인질로 삼아 보든으로부터 순간이동 마술의 비결을 알아내고 미국으로 건너간다. 보든이 적어준 쪽지에는 전기공학의 귀재로서 기막힌 발명품들을 배출하는 걸로 유명한 니콜라 테슬라의 이름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테슬라가 만들어 준 기계가 예상과는 전혀 다른 엉뚱한 효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앤지어의 인생은 다시한번 꼬이기 시작하는데...
※영화 결말에 대한 심각한 천기누설이 있으므로 영화를 보신 뒤에 읽으시길 권합니다.<메멘토>와
<배트맨 비긴즈>로 국내 영화팬들에게도 뚜렷한 인상을 남겨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영화. 마술이라는 매개체를 둘러싼 두 남자의 갈등과 평생에 걸친 대결, 그리고 결국 승자도 패자도 없이 둘다 처참하게 상처입은 채 허무한 최후를 맞이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에게 '속임수'와 '거짓말', '집착'과 '희생', 그리고 '인생'과 '죽음'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끔 만드는 심각한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테슬라의 괴기스런 발명에 관한 부분에서 약간의 판타지성 설정이 끼어들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어디까지나 현실에서 가능한 인물들과 사건들을 토대로 냉철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범죄 스릴러 형식을 띠고 있다. (다만 그 판타지스런 설정이 꽤나 골때리는 것이기 때문에 후반부에 가면 이야기가 거의 SF레벨로 도약하므로 심장이 약한 사람에겐 무더운 여름날에 축축한 생선으로 뒤통수를 가격당한 것과 맞먹을 정도로 불쾌한 충격을 안겨줄지도 모르겠다는 쓸데없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실제 무대에서 선보이는 마술 자체는 산업혁명 시대라는 배경에 맞게 되게 간단명료하고 요즘의 호화찬란한 마술쇼에 비하면 엄청 소박해 보이는 것들뿐인데 오히려 무대 뒤편에서 그 트릭을 짜내기 위해 별별 장치 다 동원하고 온갖 희생을 다 치르는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에 은근히 리얼하게 비치던 세계관이 이 판타지스런 설정의 난입으로 인해 확 엉켜버리기 때문이다.)
극의 구성 자체도 꽤 복잡하게 짜여져 있는데, 공연 도중에 일어난 앤지어의 수상쩍은 죽음과 그 때문에 재판을 받게 된 보든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서 시작하여, 현재의 보든이 감옥에서 앤지어의 일기를 읽고 그 안에서는 또 앤지어가 보든에게서 훔친 일지를 읽는 식으로 과거와 더 먼 과거를 오고가며 두 사람이 이제까지 살아온 길을 보여준 뒤에,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앤지어의 죽음과 그의 트릭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리갔다 저리갔다 하는 시간의 흐름 때문에 좀 적응하기 괴롭기도 하지만, 그 부분만 잘 극복하면 남은 시간 동안 계속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두 남자의 갈등이라던가 그들이 서로에게 펼치는 속임수와 책략을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꽤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다. 다소 원색이 섞여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칙칙하고 삭막한 색채와 냉철하고도 음울한 분위기는 <배트맨 비긴즈>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감독 특유의 개성인 듯 하다. (단순히 촬영감독이 같기 때문에 그리 된 걸지도 모르지만.)
출연진의 화려번쩍함도 이 영화를 주목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인데, [
평생동안 복수에 목매달고 살다가 어찌저찌하여 겨우 승리한 듯 보이더니 결국엔 뒤통수 맞고 뻗어버리는 불운궁상홀애비] 앤지어 역으로 휴 잭맨이 나오시고, [
바로 전의 출연작에서는 1인2역의 고달픈 인생을 살며 주변을 구원하더니 이번에는 2인1역의 고달픈 인생을 살면서 주변을 말아먹어버리는 냉혈변덕사이코] 보든 역으로 크리스찬 베일이 나오시다보니, 히어로 영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는 아무리 해도 이 영화가 <울버린 VS 배트맨>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다행히도(?) 휴 잭맨은 야성미 철철 넘치는 로건보다는 기품있는 외모와 사랑에 목마른 눈동자를 지닌 레오폴드에 가깝고, 크리스찬 베일은 운명에 맞서는 브루스 웨인보다는 냉혹비정하게 방해물을 제거한 뒤에 천연덕스런 얼굴로 여자나 꼬시러 다니는 아메리칸 사이코에 가깝기 때문에 실제 영화는 전혀 그런 쪽으로 흘러가지 않지만 말이다. 거기에 더하여, 두 사람을 번갈아 도와주면서 사건의 전말을 지켜보는 무대기술자 '커터'는 마이클 케인(<배트맨 비긴즈>의 알프레드 페니워스)이, 앤지어의 망상에 이끌려 괴이한 발명품을 넘겨주고 에디슨 일파의 방해공작을 피해 달아나는 괴짜 공학자 테슬라는
데이비드 보위(<라비린스>의 그 펑키한 마왕 아저씨)가, 그리고 테슬라의 조수로서 늘 기묘한 미소를 입에 달고 다니는 앨리 씨는 무려 앤디 서키스(<반지의 제왕>의 골룸)가 연기하므로 더더욱 신날 수밖에 없다.
영화 자체는 인물들의 갈등을 흥미진진하게 이끌어 나가면서 곳곳에 제시된 복선과 설정들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관객을 끌어들이는 흡인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으나, 클라이막스 이후에 밝혀지는 트릭의 진실과 두 남자의 마지막에 대해서는 사람에 따라서 평가가 극심하게 갈릴 것으로 생각된다. 약간의 타협도 허락하지 않고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주인공을 극한까지 몰고 나가는 마지막은 전형적인 할리우드 엔딩이 전혀 아니기 때문에 보고 나면 재미있긴 해도 어딘가 음울하고 찜찜한 기분이 남아서 견딜 수가 없을 정도다. 잘 만든 영화이고 이야깃거리도 많이 던져주긴 하지만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무심코 들여다봤다간 기분 잡치기 딱 좋은 기묘한 영화라는 점에 주의해서 감상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이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는 내 자신의 부족한 표현력이 밉다.;;;) 수입사나 언론에서는 '막판 반전'에 무게중심을 두고 선전을 때려대고 있지만 솔직히 요즘은 반전영화가 너무 많아져서 사람들의 눈높이도 올라갔고 극중에서도 여러가지 복선을 너무나 친절하다싶을 만큼 제시해주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충격적이거나 혁명적인 반전이라고 할 수는 없다. ('저놈이 왜 저렇게 행동하나 했더니 저런 거였구나!'라는 식의, '퍼즐이 딱딱 들어맞는 듯한 상쾌함' 정도는 기대해도 좋지만.) 따라서 '반전'을 기대하고 이 영화를 보았다가는 실망하기 딱 좋으므로 편안한 마음으로 마술공연 보듯이 '이 다음엔 어떤 속임수가 나올까'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영화 내용 자체를 즐기는 편이 무난하다.
그거야 어떻든 간에, 이 영화가 시사하는 여러 가지 테마들은 19세기 사람들보다는 오히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더욱 더 들어맞는 것이 많다. [
쌍둥이와 복제인간을 동원한 기상천외한 트릭]은 '무한한 자기복제로 인한 자아의 분열과 그로 인한 파탄'을, 서로의 기술에 집착하면서 대중의 취향에 영합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완전한 마술에 대한 개인적인 열망을 만족시키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두 남자의 행로는 '완전성에 대한 끝없는 집착과 광기'를, 그리고 속임수와 거짓을 난무한 끝에 사랑하는 사람마저 상처입히는 것은 물론 동업자나 자기 자신조차도 믿지 못하고 의심암괴에 빠지는 그들의 심리는 '진실의 결핍으로 인한 현대인의 고독'으로 바꿔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꿈보다 해몽이 좋다더니 별걸 다 갖다붙이는구만;;;;) 뭐 간단히 보면 결국 핵심 주제는 결말 부분에서 두 주인공(이라기보다는 그들의 잔영이라고 해야 하나... 그들 본인이라고 하기에는 좀 애매한 개체들이기 때문에... 더 자세히 말하면 천기누설이니 생략)이 주절주절하는 데 다 나오지만 지금 기억해서 정리하기엔 좀 무리이니 넘어가고, 대신에 개인적인 느낌을 요약하자면 결국 '피튀기며 스타가 되기보다는 평범하게 오래 사는게 장땡이다'라는 것이다. (무하하)
PS1. 주인을 버리고 울버린과 놀아나는가 했더니 결국에는 브루스의 곁으로 돌아오는(이라기보다는 사실은 처음부터 다 짜고 친 고스톱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알프레드 아저씨... 역시 한번 집사는 영원한 집사였던 것이다. (...게다가 여기서는 크리스찬 베일의 배역 이름이 알프레드라 더더욱 묘하다는;;;;;OTL)
PS2. 안경을 끼고 흰털수염을 더덕더덕 붙인 마이클 케인은 왠지 말년의 알렉 기네스 생각나는 얼굴이었다. 수염 하나만으로도 순식간에 알프레드에서 오비완 케노비로 변신하다니 역시 슈퍼집사는 다르다. (그러니까 그건 딴 작품)
PS3. 보든의 냉랭한 얼굴을 쏘아보며 '드디어 당신 정체를 알았어'라고 말하는 새라. 그 순간 내 머릿속에서는 '아니 그러면 여기서도 배트맨이었단 말인가!'라는 되도 않는 생각이 몽실몽실 솟아오르고 있었다. (사실은 그게 아니라 다른 얘기였지만;;;)
PS4. 테슬라의 기계는 결국 순간이동에는 실패하고 그 대신에 더욱 황당한 효과를 내고 마는데... 문제는 그 효과란 게 이미 실험단계에서 보여줬던 것과 별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말로는 개량한다고 큰소리 뻥뻥 쳐놓고 시간만 질질 끌다가 자기 사정이 급해지니까 별로 개량도 안된 걸 떡하니 안겨주고 튀어버린 테슬라의 배짱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건 그렇고 저런 기계 한두대만 있으면 휴잭맨과 크리스찬 베일을 대량으로 찍어내서 전세계의 여성팬들에게 1가구 1세트(?)씩 나눠줄 수도 있을텐데 불타버리다니 아까운지고~) 어찌보면 이 작품 최대의 사기꾼은 보든도 앤지어도 아닌 테슬라 아저씨일지도. OTL
PS5.
원작소설이 혹시라도 국내판으로 나왔나 궁금해서 찾아보니
10월 말에 출간되어 있었다. 나온지 10년이나 되도록 국내에서 거의 알려지지도 않았던 물건이 이렇게 덜컥 하고 나와주다니 역시 영화화가 좋긴 좋구나. OTL
PS6. 망상 1 - 줄리아의 장례식 장면에서.
앤지어 - "어떤 매듭으로 묶었지?"
보든 - "미안하지만 정말 기억 안 나. 잊어버렸어."
앤지어 - "내가 기억나게 해줄까?" (손등에서 철컹 하고 칼날이 튀어나온다)
PS7. 망상 2 - 앤지어 귀국 직후,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술잔을 내려놓다가 밑바닥에 붙어있는 카드를 발견하는 커터.
그 카드에는 놀랍게도 KING 대신 JOKER가 새겨져 있었으니!
커터 - "빨리 브루스 도련님에게 알려야겠군..."
한편, 극장에서는 카드가 뒤바뀐것도 모른 채 외롭게 기다리는 한 사람의 모습이...
앤지어 - "이 영감탱이가 왜 빨리 안 오지?;;;;;;"
프레스티지,
크리스토퍼놀란,
크리스찬베일,
휴잭맨,
마술사,
영화개그,
망상,
그럭저럭,
스칼렛요한슨,
마이클케인,
개봉영화,
영화감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