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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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혼잣말
혼잣말에 대하여 네이버 백과사전을 찾아보니 품사는 명사이고 의미는 '말을 하는 상대가 없이 혼자서 하는 말'로서 유사어로는 '독어(獨語) · 독언(獨言) · 혼잣소리'가 있다고 한다. 동사형은 '혼잣말하다'이며 영어로는 talking to oneself 라고 표현한다.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타인과의 대화로 보내지만 때로 혼잣말을 할 때도 있으며 사람에 따라서는 그 비중이 상당히 큰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같은 혼잣말이라 해도 사실 세세하게 나누면 여러 가지 다른 경우가 나오기 때문에 한번 나름대로 분류를 시도해 보았다.

첫 번째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혼잣말로서 일상적인 상황에서 그냥 대화상대 없이 '혼자 지껄이는 말'이다. 이런 혼잣말에서도 말하는 사람의 동기나 심리상태, 건강상태, 습관 등에 따라 여러 가지가 나올 수 있는데, 정상적인 사람의 혼잣말과 병든 사람이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지껄이는 헛소리,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무 뜻 없이 기계적으로 지껄이는 혼잣말 등등이 있을 수 있고, 또한 정상적인 사람의 경우에도 자기 생각을 정리하거나 결심을 재확인하기 위해 하는 혼잣말과, 자기 신세가 너무 괴롭고 힘들어서 한탄하는 혼잣말(이 경우는 넋두리라고도 한다), 그리고 그 밖의 다른 이유에 의해 내뱉게 되는 혼잣말이 있을 수 있겠다.

두 번째는 실제의 혼잣말이 아닌 '가상의 혼잣말'로 연극에서 흔히 독백(獨白), 솔리로퀴(soliloquy), 모놀로그(monolog) 등으로 표현되는 경우이다. 이는 '등장인물이 특정의 상대에게 들려주기 위해서 하는 대사가 아닌 혼자만의 극(劇)의 대사'를 뜻하는데, 넓은 뜻으로는 다른 배우가 같이 무대 위에 있더라도 관객에게만 들리고 다른 배우에게는 들리지 않는 것으로 설정된 방백(傍白)도 포함되지만, 대개 무대 위에 한 사람의 인물만 나와서 혼자 지껄이는 대사에 한정된다. 이 독백을 통해 등장인물은 자기 행동의 동기나 결의를 설명하거나 생각과 느낌을 토론하는 등 내면의 심리를 드러낸다. 이는 자기 자신이나 특정한 개인을 향한 것이 아니라 관객 전체를 상대로 하는 표현으로써, 관객에게 극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연극에서 파생된 현대의 영상매체에서는 입은 움직이지 않는데 대사만 오버랩되어[voice-over] 독백을 표현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세 번째는 사실상 순수한 혼잣말이라고 하기는 어려우나 겉보기에는 혼잣말처럼 보이는 경우이다. 무선전화와 이어폰 혹은 헤드세트가 보편화되면서 이제는 길을 걸어가며 전화를 손에 잡지 않고도 편리하게 통화를 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 덕분에 옆에서 보는 사람의 눈에는 (통화자가 귀에 무언가를 착용하고 있다는 것을 못 보았을 경우) 마치 그 사람이 그 자리에는 없는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듯이 혼잣말을 하는 걸로 잘못 비칠 가능성이 생겼다. 이런 광경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처음에는 이 사람이 왜 이러나 하고 깜짝 놀랐다가 대화의 내용이나 착용하고 있는 기구 등을 보고 '전화를 걸고 있었구나'라고 뒤늦게 이해한 경험도 심심치 않게 있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기술의 발달과 생활양식의 변천으로 인해 전혀 혼잣말이 될 수 없는 상황이 외관상으로는 혼잣말처럼 비치게 된 셈인데 이것 말고 뭔가 다른 사례가 있을지 어떨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유비쿼터스가 어쩌고저쩌고 노래를 불러대는 요즘 풍조로 보아 비스무리한 사례가 앞으로 더 생길 가능성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보아야 할 것은 바로 '인터넷/PC통신(이젠 거의 다 사라졌지만)상의 글쓰기'가 이러한 혼잣말의 유형들과 어떠한 관계를 갖고 있는가이다. (편지나 전보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특정한 상대방을 전제하지 않고 혼자 써 나아가는 글쓰기 본래의 성질을 생각해보면 이러한 글쓰기들도 대부분 첫번째 혼잣말과 유사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에 영속적으로 남게 되는 글의 성질을 고려한다면 결국 이러한 글쓰기는 언젠가 그 글을 읽게 될 상대방(그 범위는 게시장소나 글의 용도, 열람권한 제한 여부 등에 따라 특정 소수에서 불특정 다수까지 다양하다.)을 염두에 두고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성질을 무시하고 순수하게 개인의 넋두리나 삶의 기록을 담으려고 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처음에 쓴 글이 아무리 혼잣말에 가까운 성질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답글이나 트랙백 등을 통해 타인과의 대화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더 이상 순수한 혼잣말일 수 없다.

이와는 별도로 아예 애초부터 상대방이 읽을 것을 전제하고 쓰는 글들도 엄연히 존재하는데(사이트의 공지사항이라던가 모임 안내 등등), 이것은 겉보기로는 혼잣말이지만 결국 소통을 위해 쓰여지고 있으므로 세 번째 유형의 혼잣말과 유사하다고 할 만하다. 그 글이 상대방으로 전제한 사람들에게는 그 글 자체가 '소통'으로써 의미를 갖지만, 그밖의 지나가던 행인에게는 여전히 아무 의미 없는 혼잣말로 남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인터넷상에서 쓰는 수많은 글들의 위상은 글쓰기라는 활동의 속성상 어쩔 수 없이 '혼잣말'에서 출발하지만 그 뒤의 전개과정에 따라 혼잣말로 남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러한 글쓰기의 속성은 매우 유동적이고 그 유형 또한 천차만별의 케이스로 펼쳐지기 때문에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혼잣말'과의 관련성은 거칠게나마 위 문단의 내용대로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달리 말하면, 비록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공개된 인터넷상에 글을 쓸 때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어느 정도는 타인의 존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공개된 게시판도 비공개/제한공개된 개인 홈페이지도 아닌 모호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는 '블로그'라는 공간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더욱 더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많은 블로거들이 사소한 게시물로 인해 생각지도 못한 필화 사건(?)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는 것은 바로 이러한 특성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글쓰는 이와 읽는 이 쌍방 모두에게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인터넷은 우리에게 시공간을 (미약하게나마) 뛰어넘을 수 있는 마법의 힘을 안겨주었지만, 동시에 혼잣말과 대화의 구분이 모호해져서 온갖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는 혼돈의 소용돌이도 같이 안겨준 셈이다.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고 잘 활용하는가 하는 문제는 결국 나와 당신과 우리 모두의 숙제로 남을 것이다. (그런데 이 글은 결국 혼잣말이 될까, 그 반대가 될까? =)
by 잠본이 | 2006/08/06 09:57 | 일상비일상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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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LINK at 2006/08/06 13:58
댓글을 적는 순간 혼잣말이 아니게 되면서 또다른 문제를 발생시키기 시작하겠죠,. ^^

보이지도 않는 상대를 너무 의식해가면서 쓰는 글은 그저 방긋방긋 가게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글이 되기 쉽고, 너무 의식을 안 하는 글은 정말 '지저분한' 마스터베이션에서 멈출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사실은 지금도 계속) 있습니다. - 물론 영업용 미소띈 글(?)들이 적어도 문제는 덜 일으킬 수는 있겠지만.(웃는 얼굴에 침 못뱉는다) 세상 모든 글들이 '샘터'나 '행복한 동화'에나 나올 것 같다면 그건 그대로 또 재미없고.... 복잡하군요.

하여튼 여러가지로 생각해볼 것이 많은 글이네요.
Commented by 보드뷰라드 at 2006/08/06 14:14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많은걸 생각하게 하네요. 블로그는 어느정도까지 "개인의" 공간일까요. 저도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Commented at 2006/08/12 15:5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이적 at 2011/09/04 06:41
all log is monolog였나요?
언젠가 이영도씨가 자신의 글 후미에 적었던 글이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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