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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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man 50th Anniversary
제목 그대로, 슈퍼맨 탄생 50주년을 맞이한 1988년에 미국에서 제작된 1시간짜리 다큐멘터리. AFKN에서 방영한 것을 우연히 녹화하여 지금까지 처박아두고 있다가 <슈퍼맨 리턴즈> 개봉 등등으로 인해 다시 관심이 생겨서 낡은 테입 상자를 뒤져 다시한번 재생해보았다. 아무래도 근 20년 전에 3배녹화한 것을 다시 (지금은 기억이 안 나는) 제반 사정으로 인해 다른 테입에다가 다시 3배녹화로 카피해둔 터라 화질과 음질은 그다지 볼만하다고 할 수 없지만, 그동안 쌓은 지식과 새삼스레 되살아난 시리즈에 대한 애정 덕택에 그런대로 재미나게 볼 수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제대로 된 테입에다 SP녹화를 해두는 건데...)

최근에 DVD로 구입한 슈퍼맨 관련 다큐멘터리인 <하늘을 보라! ~슈퍼맨의 놀라운 이야기~>를 감상한 직후에 꺼내본 터라서 당연히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데, <하늘을 보라...> 쪽이 어디까지나 통시적인 관점에서 슈퍼맨의 탄생과 진화과정을 미국 현대사나 기타 매체로의 이식, 관련상품 발매 등등의 폭넓은 소재까지 끌어들여 연대기순으로 풀어나가고 있는 데 비해 이 <슈퍼맨 50주년>은 공시적인 관점에서 슈퍼맨의 몇 가지 특징과 기본 설정들을 열거하며 사이사이에 관계자 혹은 관계자를 가장한 대역배우(...)의 인터뷰를 끼워넣어 캐릭터에 대한 넘치는 애정을 표현하는 식으로 꾸며져 있다는 점이 다르다. 또한 90년대 이후 슈퍼맨의 현대적인 리바이벌 작품이 왕성하게 쏟아져나오기 시작하기 전에 만들어진 회고성 다큐인 덕에 여기서 가장 최신작으로 나오는 것은 크리스토퍼 리브의 극장판 슈퍼맨(그것도 거의 1편에 집중해서 인용)이다. 따라서 TV판 슈퍼보이나 로이스와 클락, 워너의 애니메이션 시리즈, 그리고 리턴즈에 대해서는 (당연히) 나오지 않는다. 편성 자체가 실사판 위주라서 원작 코믹스나 기타 매체에 대해서도 거의 다루지 않는 것이 약점이다.

하지만 반대로 <하늘을 보라...> 쪽이 너무 많은 작품을 한정된 시간 안에 다루다보니 수박 겉핥기식으로 대충대충 스쳐지나가는 데 비해 이쪽에서는 가장 유명한 실사판 3작(커크 알린 버전, 조지 리브스 버전, 크리스토퍼 리브 버전)과 플라이셔 형제의 카툰에서 집중적으로 필요한 장면을 따와서 비주얼적으로는 훨씬 더 충실하다. 90년 이전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제는 고인이 되어버린 중요인물 2인 - 영광의 초대(初代) 슈퍼맨 커크 알린과 '제일 메이저'한 슈퍼맨 크리스토퍼 리브가 아직 쌩쌩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도 <하늘을 보라...>에서는 결코 제공할 수 없는 귀중한 메리트다. (나오는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게 좀 불만스럽긴 하지만)

구성은 위에서 밝힌 대로 슈퍼맨의 탄생, 초능력, 주변 인물들(특히 로이스 레인과의 로맨스), 메트로폴리스라는 무대, 그와 싸운 악당들(특히 [실사판에서의] 최대의 숙적 렉스 루더), 스몰빌 시절의 고독 등등 굵직한 소주제들을 가져와 3가지 실사판이나 플라이셔 카툰에서 따온 해당 장면들을 매끄럽게 편집하여 보여주면서(이를테면 조지 리브스가 연기하는 클락이 편집실 안을 가로질러가는 장면에서 기둥으로 시야가 딱 가려지는 다음 순간 크리스토퍼 리브의 클락으로 바뀐다.) 관계자의 증언이나 대역배우들의 가상 인터뷰를 곁들여가며 캐릭터의 50년을 돌아보는 식으로 되어 있다.

특히나 가상 인터뷰 쪽이 진짜 깨는데, 메트로폴리스 시장 대리, 슈퍼맨 박물관 큐레이터, 데일리 플래닛의 칼럼니스트, 클락 켄트의 단골 세탁소 주인, 로이스의 친구와 어머니, 슈퍼맨의 사생아를 낳았다고 주장하는 여인과 그녀의 아들, 슈퍼맨의 숙적이라 주장하는 괴상한 차림의 대머리 악당(루더 아님), 슈퍼맨에게 깨진 뒤 이젠 은퇴하여 술집에서 궁시렁거리는 전직 갱들, 자기들이 초능력자라 주장하며 슈퍼히어로 사업을 벌이고 있는 타이즈 차림의 2인조, 악당 전문 상품('세계정복 게임'이나 슈퍼맨 얼굴이 그려진 다트판 등등)을 팔고 있는 주제에 가게에는 '이 상품들을 나쁜 짓에 사용하는 건 불법입니다'라는 아리송한 경고문을 붙이고 있는 가게 주인 등등이 나와서 슈퍼맨이나 그 주변인물들에 대한 잡소리를 무지 그럴듯하게 풀어놓는 장면이 참으로 압권이다. (영어가 짧아서 일일이 알아들을 수 없는 게 한스럽지만 그래도 처음 녹화할 당시 '저게 뭣들 하는거냐' 싶었던 것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랄까;;;)

가상 인터뷰 중에서 기억에 남는 몇가지를 꼽아보자면, 역시 자기 아들 데리고 나와서 슈퍼맨의 사생아라고 주장하며 크립토나이트를 들이대는 실험을 하거나 빨리 쇠뭉치를 들어올려보라고 윽박지르는 자칭 미혼모(대역)의 생떼가 가장 기막히다. 아들로 나온 아이가 야구모자를 눌러쓰고 주근깨 가득한 얼굴에 시큰둥한 표정으로 아이스크림이나 쭉쭉 빨고 있는 장면을 보고 있자니 '혹시 브라이언 싱어가 이걸 보고 열받아서 "슈퍼맨의 아들은 저런 호박이 아냐!"라고 소리지르며 리턴즈를 만들게 된 거 아닐까'라는 매우 엄다인님틱한(죄송) 억측이 들 정도였다. (자칭) 초능력자인 녹색쫄쫄이 2인조가 "얘는 날기만 하고 다른 능력은 없죠. 저는 쇠도 구부리고 투시력도 있는데 날지는 못하죠. 그래서 같이 힘을 합쳐야만 해요. 이렇게 한팀으로 일하는 건 마치 결혼과 같죠. 서로 의논해서 하나하나 해결해나가야 하거든요."라고 천연덕스런 얼굴로 지껄일 때는 '이거 혹시 배트맨과 로빈의 관계에 대한 게이적 고찰을 패러디한 건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이 실제로 하는 짓이라곤 동네 아이들 농구장에 불러앉혀놓고 '나쁜짓하면 어떻게되는지 알아? 몰라?'라고 윽박지르는 것밖에 없다...OTL)

미국 소비자운동의 기수인 랄프 네이더(물론 대역)가 등장해서 크립토나이트의 종류와 특성을 설명하며 유사품을 구입했을 때는 반드시 신고하라고 공익광고(...)를 하는 대목까지 가면 이건 거의 다큐를 빙자한 동인필름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개그의 레벨이 높아진다. 슈퍼맨이 갑빠로 총알을 튕겨내는 장면을 교차편집으로 보여주며 술집에 모인 전직 갱들이 '그녀석 쓰러뜨리려고 낭비한 총알만 합쳐도 지금쯤 한살림 차렸을텐데'라고 투덜거리는 대목까지 오면 웃을 기운조차 없어진다. (...) 물론 이런 '조작된' 인터뷰뿐만 아니라 그냥 길가는 일반시민들을 대상으로 슈퍼맨의 특성에 대하여 얘기하게끔 하는 인터뷰도 들어가긴 하지만 이건 거의 용비어천가 수준으로 칭찬 일색이라 별로 기억에 남을 만한 말은 안 나온다. (웬 흑인 커플이 나와서 인터뷰에 응하는데 여자쪽이 엄청 수다를 떠는 바람에 남자쪽은 말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입을 다물어버리는 게 좀 웃기긴 했다.;;;)

이런 개그와는 별개로 진지한 부분에서는 또 제대로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크리스토퍼 리브가 '슈퍼맨을 연기할 때 우주에서 온 친구라는 점을 강조하려 노력했다'고 술회하거나 커크 알린이 '최초의 실사판 슈퍼맨으로서 모든 연기 패턴을 처음으로 고안해내야 했기 때문에 힘들었다'고 당시를 밝히는 장면은 역사적인 자료로서도 매우 귀중하다. 그밖에도 TV판 <슈퍼맨의 모험>에서 지미 올슨을 연기한 잭 라슨이나 1980년대부터 원작 코믹스에 관여한 작가 존 버언 등등이 출연하여 짧고 간략하지만 애정 넘치는 말투로 시리즈에 관한 추억을 회고하고 있다. 슈퍼맨 복장을 입고 동네 연극무대에서 슈퍼맨 모노드라마를 한다는 배우 아저씨(대역인지 실제로 그런 걸 하는 사람인지는 불명)가 캐릭터의 여러가지 특성에 대한 오타쿠급의 해설을 매우 차분하게 늘어놓는 부분도 특기할만하다. (특히 마지막에 가서 '자기 행성의 유일한 생존자'라는 점 때문에 고뇌하는 슈퍼맨의 여린 내면에 대하여 무지 슬픈 얼굴로 얘기하는 대목까지 오면 진짜로 나이먹어 힘이 약해진 슈퍼맨이 생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극무대에 나선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진지해진다.;;;)

마지막 부분도 50주년 기념이라는 점에서 꽤 성대하게 마무리되는데, 정리하자면 이렇게 된다. '환영 : 슈퍼맨'이라는 네온사인이 붙은 대형 극장 앞에 시민들이 늘어서서 축하준비를 하는 가운데, 그린랜턴이나 플래시 등등의 DC히어로(당연히 대역)들이 리무진을 타고 도착하여 슈퍼맨에 대한 의례적인 축하인사를 남긴다. 그러나 정작 주인공인 슈퍼맨은 시간이 되어도 오지 않고, 위에서 등장한 모노드라마 아저씨가 확성기를 들고 도착하여 '사정이 생겨 도착이 늦어질 듯하다'라는 발표를 하여 시민들을 낙담케 한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꼬마 하나가 '하늘을 보라'고 소리치고, 그에 장단을 맞춰 시민들이 '새다! 비행기다! 아냐 슈퍼맨이야!'를 일제히 외치는 생쇼를 연출하는 가운데, 애니메이션 처리된 슈퍼맨이 근처 빌딩 옥상에 위풍당당하게 내려서는 것이다. 실제 인물이 등장하지 않아서 다소 썰렁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어설픈 모델이 나와서 흉내놀이하는 것보다는 이편이 더 캐릭터의 이미지를 존중하는 편이라 생각하여 그렇게 처리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때라면 아직 리브씨가 팔팔했을 테니 한번만 더 타이즈 입고 나서달라고 부탁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지만 영화판 4편의 대실패 이후로 슈퍼맨이라면 치가 떨렸을테니 그렇게 하기도 쉽지 않았을 듯.) 물론 연출이긴 하겠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서 존 윌리엄스의 테마음악에 맞춰 그 유명한 프레이즈를 일제히 외치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니 부럽기도 하고 샘이 나기도 했다.

80년대말 당시는 원작 코믹스 자체도 판매 부진으로 애를 먹었던 시기이고, 대외적으로도 오히려 라이벌인 배트맨 쪽이 DC의 간판캐릭터 자리를 꿰어차고 극장에까지 진출하여 호황을 누리고 있었던 때라, 슈퍼맨의 위상은 상당히 불안정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이 정도로 애정어린 다큐(를 위장한 동인지)를 제작할 수 있었다는 것이 참 놀라웠고, 50년 넘게 캐릭터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제작진과 팬들이 달라붙어 노력할 수 있는 환경이 부럽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걸 녹화한 이후로 벌써 18년이 또 흘렀단 말야?'라는 생각이 새삼스레 떠올라서,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기도 했다. (잘 나가다가 끝에 가서 왜 이리 센티멘탈해지는거시냐 T_T)
by 잠본이 | 2006/07/16 22:31 | 친절한 켄트씨 | 트랙백 | 핑백(1)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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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 설마 국내에서는 나만 관심갖고 있는 건...?;;;;; (......이라고 생각했더니 이미 현지에서 보신 분이 계시더군요, 그럼 그렇지 OTL) 하긴 나도 모 켄트씨 특집다큐가 아니었으면 이 물건의 존재조차 몰랐을테니 뭐 새삼스런 일도 아니지만... 뭔가 지독하게 숩허맨스러운 향기가 나는 이유는 원작 자체가 그거 패러디로 시작했기 ... more

Commented by EST_ at 2006/07/16 23:51
80년대 센스라는 것이 정말 놀라울 따름입니다!
Commented by Charlie at 2006/07/17 00:30
멋지군요.. 이야기만 듣는건데도 그 다큐멘터리를 만드는데 들어간 애정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88년? ;; 자..잠깐!..)
Commented by earth at 2006/07/17 00:52
dvd껍데기의 슈퍼맨 페이스를 유심히 보세요. 이번 superman returns 에서 브라이언 싱어가 캐치하지 못한게 무엇인지 상징적으로 담겨있어요. 얼마든지 브랜던 루쓰에게도 적용할 수있었어요. 보조개 수술로. 그 것은 바로! 턱이여요. 약간 움푹 들어간 듯한 턱모양은 굳은 의지를 상징해주고 이 턱모양만 본형을 떠서 만든 문진 스테셔너리가 얼마나 인기였는데요. 그 위에 손을 턱 ( 이건 손올리는 의성어) 올리고 생각하는거죠. 할 수있을까 그래 할 수있어. 뭐 그런 비지네스 환경.

그 턱우물베인 조금 사각턱은 관상학적으로도 리더쉽 페이스의 기본이여요. 날렵한 턱라인이라니. 인체공학에 관한 깊이없는 브라이언 싱어에게 너무 실망했어요.

서부 카우보이들의 턱이기도 했고 스타트랙 시리즈 함장님과 더불어서 소위 잘나가는 맨들 ( 가면 안 쓴)의 상징이여요. 돼지꼬리 헤어만 신경쓰다니. 브라이언 싱어같은 마이너가 뭘 알겠어요. 바랄 걸 바래야지.

에잇 열받아
Commented by earth at 2006/07/17 00:57
하지만 페이스 전체적인 온화함과 안정감은 브랜던 루쓰가 훨씬 뛰어나요. 크리스토퍼 리브에 비하면. 리브는 솔직히 하늘나라 가셨으니까 말이지만 목근육이 말목근육과 비슷한 근육과장에 비주얼이 너무 탁한데다가 눈동자 필링이 감수성이 없고 무슨 약발받은 빛깔이여서 맛가보였던 면모가 조금.

어쨌든 완전 사각턱은 안되지만 그래도 서부 카우보이의 매력의 상징이자 맨시리즈의 기본중 기분인 턱우물은 꼭 있어야 대요. 그 것은 영국 정통 신사의 매력계보이상 상징적인 건데 어떻게 어떻게 그 턱우물을 뺄 수가 있는지 기절직전이지만 인격으로 극복했던 그 날의 충격이.

턱우물만 보완해서 2편기대. 감독은 절대 동성연애자 아닌 인물로. 아무리 브라이언 싱어가 슈퍼맨을 사랑해도 악당설정이나 모든 면에서 나약한 마이너여요. 그러니까 오히려 환타지를 갖고 슈퍼맨을 신으로 그려버렸어요. 의도는 인간적인 슈퍼맨을 다룬답시고 했지만 역효과만 났음. 돌아버리겠는 스토리였음.

어쩄든 브라이언 싱어 정말 짤라야되요. 엑스맨이나 찍어야 합니다.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6/07/17 11:24
리턴즈 얘기는 리턴즈 감상글에다가 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만. ?_?
Commented by 검은해 at 2006/07/17 13:26
말씀해주신 것과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다른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것 같은데 거기서도 그 애 데리고 나온 미혼모가 나왔었습니다. “참 이상한 사람이네”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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