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본? 성은요?' '그냥 잠본이야. 그를 아는 사람들은 포털 잠본이라고도 부르지만.' '포털... 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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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스턴 처칠의 젊은 시절
윈스턴 레너드 스펜서 처칠은 1874년에 보수당 정치가인 랜돌프 처칠 경의 아들로 태어났다. 사교 모임에 바쁜 부모의 무관심과 억압적인 학교 교육 때문에 우울한 어린 시절을 보낸 윈스턴은 아무리 해도 아버지만큼 똑똑한 사람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장래희망을 군인으로 정한다. 타협을 모르는 강직한 성격 때문에 장관직에서 물러나 답답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랜돌프는 속으로는 탐탁치 않게 여기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여 자식의 군 입대를 지원한다. 랜돌프는 뛰어난 정치가로서 아들의 성장에 큰 영향을 끼쳤지만, 결국 아들과 진심어린 대화를 몇 번 나누지도 못한 채, 불치병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만다.

장교 겸 종군기자로서 여러 전투에 참전한 윈스턴은 미묘한 입장으로 인한 군 지휘부와의 갈등을 극복하고, 자기가 쓴 기사들을 통해 조금씩조금씩 명성을 얻기 시작한다. 나름대로 전공도 세워서 자신을 얻은 윈스턴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정치계에 입문하기로 마음을 바꾸고 보수당 후보로 선거에 출마하지만 낙선하고 만다. 게다가 같은 해인 1899년에 남아프리카에서 발발한 보어 전쟁에 참전하여 부상병을 구출하다가 적의 포로가 되는 고초를 겪는다. 하지만 인생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길이 열리는 법. 프리토리아의 포로수용소에서 무작정 탈출한 윈스턴은 갖은 고생 끝에 친절한 영국인 광산 감독의 도움을 얻어 기적적으로 생환한다. 일약 전쟁영웅으로 명성을 떨치게 된 윈스턴은 마침내 하원의원 선거에도 당선된다.

정치계 입문에 성공한 윈스턴은 아버지가 생전에 추진하다 좌절한 일을 이어받기로 결심한다. 정부의 지나친 국방예산 지출을 반대하는 법안을 제출하여 다수 의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통과시키려는 것이었다. 어머니 지니는 아들이 아버지와 같은 비극을 겪을까봐 만류하지만, 이미 확고한 결심을 세운 윈스턴은 아버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세련되고 공격적인 화술을 구사하여 좌중을 압도하고 자기의 뜻을 관철시키는 데 성공한다. 정치계의 샛별로 화려하게 떠오른 윈스턴은 옛날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시가를 빼물고, 아들의 성장에 감탄한 어머니는 흐뭇한 얼굴로 담배불을 붙여준다.

2차대전의 영웅, 윈스턴 처칠의 위대한 행보는 이렇게 해서 시작된 것이었다.


-MBC 금요영화관 시간에 더빙판으로 감상. 본래 별로 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닌데 어찌어찌 채널을 돌리다보니 우연히 건졌다. 배역은 젊은 처칠에 김영선씨, 늙은 처칠(나레이션)에 김태훈씨, 랜돌프(아버지)에 김용식씨, 지니(어머니)에 윤소라씨, 어린 처칠에 이미자씨 등등. 김영선씨는 어리버리한 초창기의 윈스턴과 점점 물이 올라 사악(?)한 본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정치꾼으로 성장하는 약간 나중의 윈스턴을 솜씨 좋게 연기했다. 이걸 보고 나니 이분이 연기했다는 한국어판 하울의 목소리가 무지하게 듣고 싶어졌다. 우울증 기미가 있는 어린 윈스턴의 대사들을 뭔가 잔뜩 억눌린 듯한 톤으로 찌질하게 연기하는 이미자씨의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재방영판 <은하철도 999>의 철이가 생각나서 죽는 줄 알았다. 김태훈씨는 꽤 귀에 익은 목소리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우주보안관 장고>의 마법사 할아버지였다. (...사극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나 하고 앉았으니 제대로 감상을 못 하지)

-1972년에 리처드 아텐보로 감독이 처칠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만든 역사영화로, 오리지널 버전은 무려 157분의 기나긴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무서운 물건이다. 게다가 옛날 영화답게 호흡이 길고 전개가 느릿느릿한데다 초반 몇십분은 과거와 현재와 대과거(...)를 오락가락하며 처칠 부자의 엇갈리는 명암을 보여주기 때문에 다소 졸리고 머리아픈 느낌도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뒤로 가면 갈수록 어리버리한 저능아 윈스턴이 점점 세파에 찌들어 자기 아버지 쌈싸먹을 정도로 교활하고 얍삽하며 사악한 정치괴인(...)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의외로 몰입도가 꽤 높았다. 미국 여인인 윈스턴의 어머니가 타고난 미모와 이질적인 사고방식 때문에 영국인들의 구설수에 올라 늘 마음고생을 한다는 점도 주목 포인트. 랜돌프 역에 로버트 쇼, 지니 역에 앤 밴크로프트, 윈스턴 역에 사이먼 워드가 출연했다. 딱 한 장면 스쳐지나가는 처칠의 부인 후보(그러나 결국 탈락하는) 역으로 제인 세이모어가 잠깐 등장. 보어 전쟁 부분에서 윈스턴과 사사건건 대립하는 흰 수염의 기관사 아저씨가 어쩐지 아텐보로 감독을 닮은 듯 하지만 진위는 미확인.

-개그 하나:
어딜 가나 뭇 남성들의 뜨거운 시선을 받는 처칠 부인.
선거운동하러 들어간 정육점 주인 아저씨도, 남편 병 진단하러 온 의사들도, 모두 그녀의 포로.
그러나 정작 본인은 이런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데...
나중에 식당에서 아들과 식사하다 나온 대사가 압권.
"난 저 디즈레일리라는 사람 도무지 못 믿겠더라. 날 바라보는 눈빛이 음흉하지 않니."

......아줌마, 그사람만 그런 게 아니어요. >_<
(참고로 디즈레일리로 나온 배우가 무려 안소니 홉킨스여서 더더욱 웃겼음;;;)

-개그 둘:
때마침 채프먼이라는 장교가 죽어서 공석이 생긴 바람에 나일 원정에 참가하게 된 윈스턴.
그러나 현장에서는 그의 이름조차 제대로 불러주지 않고...
A소령: "이리 좀 와 보게, 채프먼."
윈스턴: "죄송합니다만 저는 처칠입니다."
A소령: "아 그래, 미안하네. 채프먼은 죽었지."
그러나 계속해서 그의 이름을 헛갈리는 A소령 덕분에 급기야는...
B대령: "자넨 누군가?"
윈스턴: "채프먼...아니, 처칠입니다. A소령님의 전갈을 가지고 왔습니다."
덕분에 B대령도 아예 그를 채프먼으로 불러버림.

......이 영화 끝날 때쯤 되면 '윈스턴 채프먼의 젊은 시절'로 제목이 바뀌어 있는 거 아냐? >_<
(결국 그런 일은 없었지만)

-개그 셋:
동생과 같이 보다가 이런 대화를 하게 되었다.
잠본: "그러고보니 처칠 어머니로 나온 저 아줌마는 <졸업>에서 더스틴 호프만을 꼬시는 그사람이지."
동생: "그랬어?"
-얼마 뒤 랜돌프 사망-
동생: "저렇게 남편이 죽었으니 바람이 날 만도 하군."
잠본: "............오호라"

(근데 순서로 따지면 <졸업>이 이 영화보다 먼저였으니 이거야 원...)

-개그 넷:
프리토리아에서 탈출하여 갖은 고생을 겪은 끝에 화물열차에 몰래 타고 국경을 넘어가는 윈스턴.
보초들의 삼엄한(것 같지도 않은) 경계를 찢어진 천막 틈으로 바라보며 가슴을 졸이는데...
마침내 무사히 국경을 통과!
되게 기쁘겠군... 이라고 생각하며 화면을 보고 있자니 이친구 하는 꼴 좀 보소.
당당하게 열차 지붕 위로 스윽 기어올라가서 권총을 허공에 대고 쏘며 박장대소를 하지 않는가!
"난 자유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 난 자유라고! 만만세!"

......당신 지금 보초들 약 올리려고 일부러 쇼하는 거지? >_<
(얼굴은 반반한데 하는 짓은 은근히...가 아니고 정말 대놓고 사악한지라 이런 생각이 안 들 수가 없...;;;;;)

-개그 다섯:
김용식씨와 윤소라씨는...
<철인28호 FX>의 백민반장과 오연수박사. 여기서도 부부 사이.
그런데 다시 기억을 짚어보니...
두분의 자식 백솔개군이 바로 이미자씨였다. OTL

......이 영화, 사실은 <철인 윈스턴 FX>였던 건가?! (의미불명)
아니 근데 그렇게 되면 랜돌프씨가 어린 윈스턴에게 '진정한 영웅정치인의 길은 말이다...'라고 가르침을 주는 장면이 나와야 하는데! >_<
by 잠본이 | 2005/10/29 23:41 | 시네마진국 | 트랙백(1)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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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하얀까마귀의 테스트베드 at 2005/10/30 02:21

제목 : 처칠의 일화
윈스턴 처칠의 젊은 시절 위 글을 보다가 처칠의 일화중 가장 좋아하던 것이 문득 기억이 났다. 옛날에 신문 유머에서 본 것 같은데, 정확한 출처는 불명. 하지만 처칠의 성격으로 보면 충분히 있을법한 일화라고 생각. 처칠한테는 맘에 안 드는 (아마도 좀 모자라는) 사위가 있었는데, 전후의 어느날 ......more

Commented by SoGuilty at 2005/10/30 07:28
...개그 때문에 자꾸 피식피식
Commented by SAGA at 2005/10/30 10:07
호오, 저런 시선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거군요.
Commented by ◆박군 at 2005/10/30 10:37
개그부분 가서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습니다.
Commented by lukesky at 2005/10/30 11:48
허억, 이 영화를 더빙판으로 TV에서 해줬단 말입니까? ㅠ.ㅠ 으윽, 정말로 TV 가이드라도 사서 시간표를 체크해야겠습니다. TV안봐서 놓친 좋으 녀석들이 너무 많아요.
Commented by 미리엘 at 2005/10/30 13:27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댓글을 남기는 것 같은데 잘 부탁드립니다(고개 꾸벅).

아 참, 그러고보니 윈스턴 처칠도 아버지 때문에 열등감이 좀 있었던 모양이지만 윈스턴 처칠의 아들도 마찬가지였었죠. 재능은 그런대로 있었던 모양인데 너무나도 대단한 아버지 위광에 눌려서 제대로 된 일 한번 못해보고 아버지의 전기를 쓰던 도중에 알콜 중독으로인한 간암인가 뭔가로 죽었다더군요. 덤으로 미국 퀴즈쇼에서 크게 한번 망신당한 적이 있다던가; 어쨌든 너무 잘난 부모님들도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P.S - 그리고 링크 해도 될까요~^^.
Commented by 존다리안 at 2005/10/30 15:46
김영선씨.... 묘하게 역할이 다양한 것이 나루토에서는
쿨가이 닌자로 나오다가 조이드나 반드레드,마징카이져,에
어마스터에서는 앞뒤 안가리는 열혈바보로, 아주 이누야샤
에서는 악역으로 변신하더군요. 은근히 주연급입니다.
Commented by 산왕 at 2005/10/30 16:22
디즈레일리가 저런 식으로.. orz
Commented by 지니어스 at 2005/10/30 18:14
김영선 씨는 애니메이션 쪽에선 확고한 주연급 성우인걸로 알고 있는데요. ^^;

정말 좋아하는 성우분입니다.
Commented by 세피로스 at 2005/10/31 18:33
헤에...나오는 개그들이 상당히 재미있군요. 그나저나 처칠도 실패를 딛고 크게 자란 인물인걸 봐서, 저도 힘을 내야겠습니다.
Commented by 요아킴 at 2005/10/31 19:14
처칠이 자기 아버지를 닮아서 시가 광이군요.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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