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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사카 마사토, 그로부터 2년 후...

<카이저 페스티발 & 카니발 2005>
'저 푸른 하늘의 끝은 어디일까...'

쿠사카 마사토[草加雅人] 님께

<가면라이더 파이즈>가 끝난지도 벌써 2년이 지나려 하고 있습니다.
카이저 데이(9월 13일)도 3번째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업계 내외를 불문하고 처음 만난 분들로부터
"역시, 파이즈가 최고로 재미있었습니다."
"쿠사카 마사토, 진짜 마음에 들던데요."
라는 말씀을 적지 않게 듣습니다.

게다가 꽤 열광적인 분도 많더군요.
어째서인지 그런 분들 중에는 음악 관계자분도 많았습니다.

정말로 기쁘고, 행복한 일입니다.
지금도 제 자신의 인생에서, 파이즈와 마사토는
너무나도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입니다.

때때로, 지금의 내가 쿠사카 마사토를 연기한다면 어떻게 될까?
라고 상상해보는 일이 있습니다.
이노우에 선생이 쓰신 소설판 <이형의 꽃들> 버전의 마사토를,
어떻게 나의 버전으로 고쳐서 연기할 것인가 라던가. (피식)

이랬으면 좋았을 텐데, 저랬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식으로 교정하고 싶은 부분은 산더미처럼 많고,
그때보다는 훌륭히 연기할 수 있다는 자신은 있습니다.

하지만, 배우의 인생은 아무리 오랫동안 계속해도,
아무리 비슷한 역을 만난다 하더라도,
'똑같은' 역을 만나는 일은, 속편이 나오지 않는 한, 불가능하죠.
기본적으로 그 역을 연기할 수 있는 건 일생에 단 한 번뿐입니다.

그러니까 저는, 역할과의 만남을 소중히 여기고,
진심을 기울여 사랑을 쏟고,
그때마다 지니고 있던 모든 에너지를 투입하여,
혼과 목숨을 불어넣고 싶습니다.

그리고,
마사토와 같은 의미있는 역할을 수없이 늘려가고 싶습니다.

이제부터도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나
저를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는 한,
온 힘을 다 하여, 배우의 일을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2005. 9. 13.
무라카미 코헤이[村上幸平]

Text (C) MURAKAMI Kohei
Translation (C) ZAMBONY 2005

<가면라이더 파이즈>에 등장하는 수많은 캐릭터 중에서도 단연 이채를 띤 존재가 바로 쿠사카 마사토다. 그는 헤로인인 소노다 마리의 초등학교 동창생으로 등장하여 주인공인 이누이 타쿠미와 천적관계를 형성하더니, 곧바로 2번째 라이더인 카이저의 벨트를 손에 넣어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레귤러 캐릭터로 자리잡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다재다능한 천재 대학생으로 라이더가 된 뒤에도 뛰어난 전투력을 발휘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등 멋진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의 내면은 의외로 복잡다단하다. 케이타로를 비롯한 일반인들 앞에서는 옳은 말만 하고 침착한 태도로 그들을 도와주는 히어로를 연기하지만, 타쿠미나 키바처럼 자기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혹은 자기에게 도움이 안 될 듯한) 녀석들 앞에서는 안면몰수하고 싹 돌아서서 비방, 중상모략, 이간질, 악담, 배반, 업무방해 등등 온갖 찌질한 짓을 다 골라서 하는 이중인격자인 것이다. 게다가 첫사랑인 마리에 대한 편집증에 가까운 집착이나 유성학원의 숨겨진 비밀과 관련한 트라우마 등등 정신적인 문제까지 안고 있어, 뭐라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 비겁하고 치졸한 성격묘사 때문에 <파이즈>를 다 본 사람들은 대부분 쿠사카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지 않으며, '쿠썩커'라는 악의적인 애칭(?)을 붙여서 부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쿠사카는 다소 과장된 면이 있기는 해도 <파이즈>의 등장인물 중에서는 가장 인간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이며, 중반부터 후반 가까이까지 시리즈 전체에 활력을 주고 사건을 이끌어 가는 원동력 역할을 하기도 했다. 마치 전작 <류우키>가 초반에 빌빌거리다가 사상 최초의 흉악범 라이더 아사쿠라 타케시를 투입함으로써 파워풀한 전개를 끌어낸 것처럼, 쿠사카도 픽션 속의 캐릭터라는 측면에서 보면 <파이즈>에 나름대로 큰 공헌을 해낸 인물인 것이다. 게다가 객관적으로 보면 그가 악의를 갖고 대한 인물은 타쿠미나 키바 일당을 비롯한 주인공 집단이 대부분이고, 그 외의 일반인 다수에 대해서는 아무런 법적, 윤리적 피해를 끼치지도 않았다. (다만 전통적으로는 괴인의 포지션에 해당하는 오르페녹이라는 존재들이 '저마다 사연을 갖고 있으며 일반인과의 경계도 모호한 존재'로 그려지는 이 시리즈 자체의 특성 상, 쿠사카 스스로는 괴인을 퇴치한다고 생각하며 행동하나 결과적으로는 아무 죄없는 오르페녹을 사냥하는 식으로 전개되는 일도 많았기 때문에, 쿠사카에 대한 이미지가 악화되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쿠사카 본인은 어디까지나 '오르페녹과 스마트 브레인에 대한 증오감과 복수심' 및 '자기 자신의 강함을 확인하려는 집념' 때문에 싸우는 것이고, 싸움의 선악이나 대다수 인류의 운명 따위는 그에게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다. 그러한 점에서 그는 <샹제리온>이나 <류우키>에서 디글디글하게 쏟아져 나왔던, 선악의 굴레를 초월하여 오직 개인적인 욕망에 충실한 생을 살아가는 철저한 개인주의형 캐릭터(시라쿠라-이노우에 콤비가 자주 써먹는 인물형인데, 그 원조는 <조인전대 제트맨>의 유키 가이로 거슬러 올라간다)에 가깝다. 방향을 잃은 채 이리저리 방황과 삽질만 거듭하다 뜬금없이 성인군자같은 레벨에 올라가 버린 타쿠미나, 순진무구한 이상주의로 일관하다 세상에 실망하여 완전한 악으로 돌아서려 하지만 그것도 여의치 못해서 삶의 방향을 잃어버린 채 세상을 하직하는 키바에 비해, 쿠사카의 캐릭터는 때때로 좌절을 겪고 미세한 방향 수정을 하기도 하지만 결국 끝까지 일관성을 유지하며 스스로의 정체성을 관철했다는 점에서 빛을 발한다.

그런만큼 쿠사카가 최종회를 몇 화 앞두고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했을 때는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을 받기도 했다. 더 써먹을 여지가 많은데도 이야기 수습하기 힘드니까 어거지로 퇴장시켜 버린 듯해서 말이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결국 그렇게 퇴장함으로써 완전한 아군으로 타락[?]하지 않고 완벽한 적도 아군도 아닌 미묘한 상태를 유지한 채 떠나갔기 때문에 더욱 더 인상에 남는 것일지도 모른다. (주인공 괴롭힐 때는 그렇게도 멋지던 '울트라맨 아굴' 후지미야 히로야군이 아군으로 전향한 뒤 얼마나 바보가 되었는지를 상상해 보면 답은 뻔하다.) 어찌되었든 간에 쿠사카가 죽은 이후로 그러잖아도 이상해지던 전개가 더더욱 지리멸렬해졌고 결국 <파이즈>의 최종화는 주제가 가사 그대로 '딜레마는 끝이 없'는 상태에서 끝나버렸다. (개인적으로는 결말만 납득이 가게 마무리했더라면 진짜로 엄청난 걸작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더더욱 어이가 없었다. 물론 이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다른 의견이 있겠지만.)

쿠사카의 행동이나 성격에 대해서는 여전히 찬반양론이 갈릴 것이고 그를 싫어하던 시청자가 하루 아침에 반대편으로 돌아설 일도 없을 것이다. (사람의 취향이란 것은 이성보다는 감성의 문제이니까)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가면라이더 파이즈>라는 시리즈를 이야기할 때 쿠사카 마사토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그가 미친 영향은 대단한 것이며, 라이더 시리즈뿐만 아니라 특촬 히어로 프로그램 사상 이렇게 특이한 캐릭터를 만나기란 참으로 힘들 것이라는 사실이다. (개인적으론 꿈을 잃고 좌절하여 자포자기한 나머지 에피쿠로스적인 기행을 일삼다가도 가끔씩 제정신이 돌아와 멋진 모습을 보여주더니 결국은 얼렁뚱땅 키바가 포기한 이상주의로 돌아서버리는 카이도 쪽이 훨씬 재미있지만, 쿠사카 또한 입체적이고 생명력 넘치는 캐릭터라는 측면을 본다면 버리기 아까운 인물이다. 이 둘은 어떤 면에서는 이노우에 캐릭터의 다채로운 스펙트럼 중에서도 양 극단을 보여주는 녀석들이다. 키바나 타쿠미같은 인물은 다른 각본가도 만들어낼 수 있지만, 카이도나 쿠사카는 절대 다른 사람의 손에서는 태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위의 번역문은 쿠사카 마사토를 연기한 배우 무라카미 코헤이가 공식홈페이지의 칼럼란에 9월 13일(카이저의 변신 코드가 913이기 때문에 '카이저 데이'라고 부른다)을 기념하여 올린 에세이를 옮긴 것이다. 무라카미는 그전에도 2회에 걸쳐 카이저 데이를 기념하는 포스팅을 올리긴 했지만, 이번 글은 그전과는 달리 장난기나 익살스러움을 완전히 배제하고, 진지한 태도로 '배우로서의 마음가짐'과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논하고 있다. 쿠사카는 싫어해도 쿠사카에게 피와 살을 부여해 준 무라카미의 성실한 자세는 높이 살 만하다고 생각하는 분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가 앞으로도 더욱 더 성장하여 배우로서의 인생을 화려하게 꽃피우기를 기원하는 바이며, 메이저로 출세하기 위해 특촬판에서의 경력을 애써 부정하는 모 배우는 이걸 좀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 (뭔가 결론이 삼천포로 빠지는 듯한 게......;;;)


PS. Special Thanks to Reisey님 & Eiri님.
by 잠본이 | 2005/09/24 13:57 | 특촬최전선 | 트랙백(4) | 핑백(1)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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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잠보니스틱스 : 도서전에서 지.. at 2009/06/01 21:53

... 부류의 배우들이 눈길 끌기 위해 인터뷰에 등장하는 일이 있는데 이들 중 몇몇은 나중에 어엿한 특촬 출연자로서 돌아온다는 괴한 케이스가! OTL (예를 들면 쿠사카역의 모 무라카미군은 파이즈 출연 1년 전에 이미 모 심야드라마의 출연진으로서 여기에 사진이 실렸음) ... more

Commented by 다쯔카게 at 2005/09/24 16:03
오오 쿠사카씨 ㅜ_-
확실히 O모씨와 격이 다르군요 ㅜ_-
뭐 사람마다 자신만의 관점이 있으니 다들 생각하는게 다르겠지만.
뭐 여하튼 O모씨는 그 이유(.)하나로 왠지 정떨어져버렸단 말이죠(.)
근데 확실히 제가 O모씨라도 그랬을지도 모르겠더군요.
드라마 사토라레보면서도 중간중간에 쿠우가가 겹쳐보였으니(...)
Commented by Reisey at 2005/09/24 16:15
시종일관 공감+감격(?)하면서 읽다가 마지막에 놀랐습니다;;
맡은 역에 대한 감상은 배우들마다 다 다를 테니 모 배우를 비난할 수는 없겠지만...역시 이 사람이 매년 9월 13일을 챙기는 거 보다가 모 배우를 보면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Fright at 2005/09/24 16:59
O모씨와는 정말 천지차이네요[…]
개인적으로는 파이즈에서 제일 좋아했던 캐릭터가 쿠사카였습니다.
여하튼 무라카미 코헤이씨는 정말 멋진 분이세요'ㅅ'b
Commented by 닌자링 at 2005/09/24 17:00
아아...쿠사카를 연기했던 분이 저렇게 훌륭한 마인드를 갖고 있었을 줄은....정말 대단합니다.
분명 정말 훌륭한 배우라면 자신이 연기한 어떠한 역이라도 애정을 갖는게 중요한 듯 합니다.
O모씨가 했던 발언은 분명 큰 실수지만, 언젠가 실수를 인정하고 고쳐나가면 더 훌륭한 배우가 될 수 있겠죠^ㅡ^
Commented by 리엽 at 2005/09/24 17:08
무라카미 배우는 정말 존경스럽습니다.ㅠㅠ
처음 볼때는 무지 싫었지만 보면 볼수록 쿠사카라는 사내는 정말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작가 at 2005/09/24 17:47
본편과 더불어 GA 4기 13화의 [그] 장면도 정말 기억에 남습니다.....ㅠ.ㅠ [변신!!!]
Commented by 펠페르 at 2005/09/24 17:57
헤.. 헤로인! (탕)
Commented by 시로야마다 at 2005/09/24 18:53
우하하. 드디어 쿠사카님을 인정하는 파가 생겨나는구나!(...)
Commented by Proto악티늄 at 2005/09/24 19:45
O모씨와는 상당히 다르군요.
무라카미씨, 앞으로의 발전이 기대되는군요.
Commented by 천년용왕 at 2005/09/24 20:52
이형의 꽃들과 본작을 비교해보면 TV판의 쿠사카 마사토는 무라카미의 열연에 의해 너무나 멋져진 캐릭터로 태어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노우에는 말하자면 그냥 컴플렉스 덩어리의 반쪽 짜리 인간(이누이 타쿠미나 키바 유지와 비교되는 '순수하지 못한 인간'으로써)을 그리고 싶었던 거 같습니다. 그걸 따지면 후반부의 어이없는 극중 탈락도 납득가긴 합니다.
(어느 쪽이냐면 이형의 꽃들 쪽이 너무 스토리가 별로라서 오히려 TV판 쪽이 모든 면으로 나은...;;;)
Commented by 천년용왕 at 2005/09/24 20:55
무라카미야 자칭 라이더 오타쿠이니까 그거 맡은 거 자체가 즐거웠겠죠. 솔직히 O씨가 자신의 과거를 완전 부정하는 게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좋아하지도 않은 역이라도 일부러라도 해야 했던 무명 시절을 계속 밝혀 대는 걸 좋아할 배우는 없겠죠.
Commented by 망고 at 2005/09/24 23:31
아이고 코헤이씨;; 저런 글을 쓰시다니 너무 귀여우시잖습니까ㅠㅜ...
Commented by 푸른세이버 at 2005/09/24 23:31
멋지군요..무라카미..하긴 그의 카이저대한 애정은 갤럭시 엔젤4기에서
카이저를 패러디한 음양사역할을 하실때부터 남다르다고 생각
했었습니다..(드라마상에선 완전 밥맛이었지만요..;;)

덧붙여 후반부만 말아먹지않았다면 말씀대로 걸작이라고 말할수
있는 작품인데 말이죠..좋아하던 작품이 그렇게 되버리니
아쉬웠습니다..
Commented by 올페노크 at 2005/09/25 01:03
역시나 무라카미 코헤이씨. 극중에서의 쿠사카 마사토는 진짜로 실제로 죽여버리고 싶을정도로 싸가지없는 캐릭터였지만 그만큼 연기가 뛰어났다는 말로도 생각됩니다. 정말 개성적인 캐릭터라면 쿠사카가 제일일 듯...
Commented by 시로야마다 at 2005/09/26 08:46
아, 위에 코헤이님글만 좀 퍼가겠습니다 ㅇㅂㅇ/
Commented by 皇帝月光 at 2012/08/27 18:36
좀 오래된 포스팅이지만 잘 봤습니다. 혹시 [극장판]의 쿠사카 마사토에 관해서는 어찌 생각하시는지 만약 괜찮으시다면 의견 좀 들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별 건 없고, 다른 사람(쿠사카 마사토로 이런 긴 장문을 남기실 수 있는 분)은 과연 [극장판]의 마사토에 관해서는 어찌 생각하는가 궁금해서 그러는데 제반 사정 상 힘드시다면 패스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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