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레의 유명한 작가인
이사벨 아옌데는 흔히 살바도르 아옌데 전 대통령의 조카딸로서 군부독재 아래에서 겪어온 고된 삶을 문학으로 승화시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입지전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비록 이 사람의 작품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이름은 여러 차례 들어서 알고 있었고, 언젠가 제대로 한번 읽어보려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최근 영풍문고 외서부에 갔다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하드커버 원서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그 책의 제목은
'Zorro : A Novel'. 바로 그 존스턴 맥컬리에 의해서 창조된 초창기 펄프픽션의 영웅이자 세계적인 의적의 대명사
'쾌걸 조로'를 이사벨 아옌데가 자기만의 관점에서 재구축한 장편 소설이다.
아마존에 올라온 해설에 따르면, 이 소설은 주인공 돈 디에고 드 라 베가의 부모 세대의 내력과 어린 시절은 물론, 그가 유모의 아들 베르나르도와 형제처럼 자라면서 하층민의 삶에 눈뜨게 되는 과정이나, 계급적 정의를 추구하는 비밀결사에 참가하는 젊은 시절을 거쳐, 마침내 그 유명한 조로의 복면과 'Z'자의 칼자국으로 상징되는 이중 신분을 만들어내게 되는 경위를 보여준다고 한다. 덤으로 그 사이사이에 라틴아메리카의 역사를 좌우하게 되는 여러 실존 인물들과 우연히 마주치는 장면도 준비되어 있다고 하니 이건 그야말로
<영 인디아나 존스>와
<배트맨 비긴즈>를 한데 섞은 스타일이 아니던가! >_< (의외로 이런 거에 무지 약한 잠본이...)
자기만의 독특한 개성과 사상을 지닌 저명 순수문학 작가의 손에 의하여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장수 캐릭터가 재해석되는 일은 좀처럼 만나기 힘든데,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보기 드문 이벤트를 실현시킨 예라고 할 수 있겠다. 국내에 소개가 될지 어떨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만약 다음에 갔을 때도 이 책이 남아 있다면 한번 원서로라도 읽어볼까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설마 이 글 보고 누가 달려가서 사 버리는 건 아니겠지?;;;)
PS1 근데 이미
번역본이 나온 원조 조로도 아직 못 읽은 주제에 이런 데까지 손을 뻗쳐도 되는 걸까...
PS2 학산문화사는
<시민쾌걸> 나머지를 단행본으로 발매하라! 발매하라! (뜬금없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