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전혜신출판사:
개마고원이 책은 '심리평전'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표방하며 나온
<남자 vs 남자>의 속편으로, 단순한 심리분석이나 인물평전에 머물지 않고 그 두 가지를 혼합한 특이한 형식을 취하여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명사 16인을 다루고 있다. 속편이라고는 하지만 공통되는 것은 그 형식 뿐이고, 내용은 어디까지나 독립적이고 개별적으로 짜여져 있다. 거기에 더하여 공통점이라고는 전혀 없을 듯한 인물들을 두 명씩 짝지어 공통된 키워드를 열쇠 삼아서 서로 비교해가며 글을 전개해 가는 방식도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참신한 점이라 할 수 있다. 전작의 광고문구에서 알기 쉽게 풀어놓은 설명을 인용하자면 '각계각층의 골프선수들이 두 명씩 짝을 지어 서로 다른 코스에서 매치플레이를 벌이는' 것과 매우 비슷하다.
정신과 상담의인 저자는 대상이 되는 인물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넘어서서, 그들의 행동을 단순히 잘했다 못했다로 평가하지 않고, 그들이 왜 그러한 행동을 하게 되었으며 그 이면에는 과연 어떤 내면이 숨어있는 것일까 하는 문제를 냉철하고도 신중하게, 심리학적인 근거에 바탕을 두고 파헤치려 한다. 이를테면 '자신감'이라는 키워드로 이명박과 박찬욱을, '소통'이란 키워드로 정몽준과 이창동을, '아버지'라는 키워드로 박근혜와 문성근을, '자기노출'이란 키워드로 심은하와 김민기를, '희망과 욕심'이란 키워드로 이인화와 김근태를, '자기결정권'이란 키워드로 나훈아와 김중배를, '개성'이란 키워드로 김수현과 손석희를, '글의 힘'이란 키워드로 김대중(조선일보 주필)과 김훈을 비교하는 것이다. 각각의 인물은 서로 공통점이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일부분에 그칠 뿐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의외로 비슷한 점이 적지 않으며, 각각의 키워드에 관련해서는 양극단에 위치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저자는 각각의 인물에 대해 방대한 사전조사와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춘 다음, 그들의 '알려진 모습'을 분석하고서 그것과는 많이 다를 것으로 생각되는 '감춰진 내면'을 조리있게 파헤쳐 나간다. 때로는 한쪽을 지나치게 비난하고 다른 한쪽을 지나치게 치켜세우는 등의 치우친 시선도 느껴져서 100%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한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최소한 그런 시선을 보내게 된 근거를 대고, 대상 인물에게 경의를 표하는 성의는 보여줌으로써 교묘하게 자기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문장이 꽤 유려하고 자연스러워서,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책은 인물평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시도로서도 의미가 있지만,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명사들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도 읽어볼 가치가 있다. 특히나 나처럼 사회일반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독자에게는, 피상적으로 이름과 직함 정도만 알고 실제로는 뭘 했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에 대해서 '아, 이래서 이 사람이 대단하구나' '이 사람이 남들 입에 오르내리는 이유가 있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게 해 주고, 더욱 더 그들을 가까운 존재로 느끼게 해 준다는 부수효과(?)도 있다.
굳이 아쉬운 점이라면 전작을 넘어서는 의미에서 <남자 vs 남자 II>가 아닌 <사람 vs 사람>이란 제목을 붙였음에도 불구하고 대상으로 다루어지는 여성은 세 명에 불과하다는 점이랄까. 그런 뜻에서 다음에는 이 저자가 <여자 vs 여자>를 써 주시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 (문제는 이 사람의 고객이 주로 남성환자들이라... 가까운 시일 내에 그런 책을 쓰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좋은 책을 권해 주신 아버님께 감사드리며...